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만 년 나이테에 켜켜이 새겨진 나무의 기쁨과 슬픔
발레리 트루에 지음, 조은영 옮김/부키·1만8000원
나이테(연륜)가 나무의 나이를 알려준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나이테는 이보다 훨씬 많은 ‘비밀’을 품고 있다. 인류의 과거, 기후의 변화, 문명의 변천, 생태계의 역사 등. 이 비밀을 풀어내는 학문이 연륜연대학(나이테에 생장 연도를 부여하고 나이테에 저장된 다양한 환경 정보를 밝히는 학문)이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연륜연대학자인 저자가 나이테에 얽힌 과학 이야기들을 자신의 과학자로서의 삶과 버무려 들려주는 책이다. 연륜연대학 덕분에 유럽 초기 정착민들이 6000년 전 참나무와 소나무를 잘라 호상 가옥, 수상 도로, 우물을 지은 정확한 연도와 계절을 알 수 있게 됐다. 렘브란트, 루벤스 등 15~17세기에 활동한 화가들이 참나무 패널에 그린 작품들의 진위도 검증됐다. 참나무 패널의 가장 최근 나이테가 작품에 찍힌 날짜보다 나중의 것이면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나이테의 폭은 비나 눈이 많이 오는 해에 더 넓어진다. 이런 흔적들을 통해 과거의 기후가 재구성될 수 있다. 지구 온난화 현상을 밝혀내는 데도 나이테가 주요하게 이용됐다. 1990년대 말, 과학자들은 나이테 데이터, 빙하 코어 데이터, 기후 대체 자료 등을 사용해 지난 1000년 동안 북반구에서 일어난 연평균 기온 변화를 추정했다. 그 결과 기원후 100~1850년께까지 서서히 기온이 낮아지다가 20세기에 급격한 온난화가 지속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저자는 “나무는 기억한다. 그리고 역사를 기록한다. 그러나 나무가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해석하려면 합당한 주의를 기울여 정확하게 나이테를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안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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