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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여행은 이제, 달라져야만 한다

등록 2021-06-04 05:00수정 2021-06-04 09:26

기후변화 시대, 여행 부작용 따져 지속가능한 대안 모색
탄소배출 줄이고 에너지·플라스틱 덜 쓰는 쪽으로 전환을
한스미디어 제공
한스미디어 제공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 지구를 망치기 싫어서

홀리 터펜 지음, 배지혜 옮김/한스미디어·1만7000원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막힌 지도 1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한편에서는 코로나 백신접종이 진행되면서 여행사들이 해외여행 상품 마케팅을 시작하고 예약도 몰리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코로나가 끝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무작정 그래야 한다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의 지은이는 “코로나19로 세상이 멈춘 동안 우리가 여행하던 기존 방식의 명과 암을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게 됐다”며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그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면 우리는 반드시 변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까지 글로벌 관광산업의 성장세는 환경에 위협적인 수준이었다. 관광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2019년 국제 항공편 승객은 14억명에 이르렀다. 5년 동안 항공산업과 관련한 탄소 배출량은 32% 증가했고,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8~12%가 관광산업에 의해 발생했다. 전세계 주요 관광지는 ‘과잉관광’으로 몸살을 앓았다. 과잉관광은 특정 여행지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환경과 지역사회에 부담을 주는 관광을 말한다. 숙박시설 때문에 임대료가 비싸지고 지역 편의시설들은 기념품 가게로 바뀌는 탓에 현지인들은 살기 어려워진다. 한해 동안 바르셀로나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실제 바르셀로나에 거주하는 인구의 20배인 3200만명에 달했다. 15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베네치아에는 매년 24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왔고, 남아 있는 주민은 5300명뿐이다.

그렇다면 문자 그대로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지은이는 여행의 모든 단계에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떻게 여행하든 지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만, 부정적인 행동은 줄이고 긍정적인 습관을 우선순위에 두자는 것이다. 또 여행을 계획할 때는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생태계를 보호하며, 지역 공동체를 지지하고, 문화를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아야 한다.

원칙적인 명제와 함께 구체적인 방법들도 제시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비행기 여행이다. 스웨덴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스트레일리아로 왕복여행을 한 번 하는 동안 탄소 4톤이 배출된다. 이는 1년 동안 재활용을 해서 아낄 수 있는 탄소량의 20배이며, 세계 자원연구소가 규정한 1인당 연간 탄소 허용치 2.5톤을 뛰어넘는 수치다. ‘플라이스캄’(스웨덴어로 ‘비행기를 타는 것은 수치’라는 뜻)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다. 가능하다면 비행기가 아닌 기차, 여객선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꼭 타야 한다면, 최대한 덜 경유하고 낮시간대 비행기와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자. 여행지에 도착해서는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전기자동차 등을 이용한다. 랜디 더밴드 국제지속관광위원회 대표는 지은이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기를 타게 되더라도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최대한 적게, 꼭 필요할 때만 이용하라”고 말한다.

여행지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 과잉관광 문제를 심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나 관광객이 적은 곳에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광 사업에 치중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그 지역의 문화를 배우며 경험하기 좋고, 여행자가 소비하는 돈이 지역에 머물러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하는 도시와 나라를 여행하는 것도 대안이다. ‘스테이케이션’(휴가를 멀리 가지 않고 집이나 차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보내는 것)도 해외여행 ‘강제 휴지기’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훌륭한 환경친화적 여행 방법 중 하나다.

숙소 선택도 중요하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에너지 절약 방침을 따르고, 지역에서 나는 자원과 식자재를 활용하는 소규모 숙소를 알아보자. 4성급 호텔은 소규모 숙소보다 탄소를 4배나 더 배출한다. 직원의 70% 이상을 현지인으로 고용하는 등 ‘책임감 있는 고용’을 하는지도 봐야 한다.

가방은 가볍게 싸는 것이 비행기 이착륙 동안 배출되는 탄소량을 줄일 수 있다. 패션산업은 항공이나 운수산업보다도 탄소를 많이 내뿜는다. 휴가 기분을 내기 위해 새로 마련하는 옷이 지구에 피해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꼭 사야 한다면 지속가능 인증을 받은 기업 제품이나 중고물품을 이용하자. 여행 중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사용 가능한 물병과 컵, 가방, 식기 등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필요하다.

지은이는 지속가능한 여행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여행지에서 지역 공동체나 지역 사업체를 발전시키고, 야생동물이나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서 실천하라는 것이다.

결론은 “덜 자주, 느긋하게, 더 나은 방식으로 여행하라”는 말로 요약된다. 때때로 지은이의 제안이 버거워 보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로 생태계 균형 파괴와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지은이가 던진 “기후위기 속에서 여행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유효한 고민거리로 보인다.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한 원론적 이야기와 함께, 세부적 실천 방안과 구체적 여행 프로그램도 주요하게 소개하고 있어 가이드북 성격이 강하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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