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40년 전 알았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기후변화

등록 2021-06-04 05:00수정 2021-06-04 09:29

잃어버린 지구: 기후재앙이 처음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긴박한 10년의 추적 기록 1979~1989

너새니얼 리치 지음, 김학영 옮김/시공사·1만6000원

“지구온난화에 대하여 우리가 갖고 있는 거의 모든 지식은 1979년 버전이다.”

<잃어버린 지구>는 미국에서 1979년부터 1989년까지 10년 동안 기후변화가 환경운동가, 과학자 들의 노력에 힘입어 어떻게 주요 의제로 떠올랐는지, 또 정치권과 정책 결정권자의 무관심과 반대, 기업의 방해가 어떻게 그 해결을 막았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취재해 기록한 르포다.

1979년 봄 일군의 과학자들은 백악관의 요청으로 과학계 일각에서 제기된 ‘기후재앙 예언’을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그들이 만든 보고서 ‘이산화탄소와 기후: 과학적 접근’이 내린 결론은 “2035년 혹은 그 즈음에 이산화탄소의 양이 두 배가 되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섭씨 3도가 상승한다”는 것이었다. 보고서는 “지켜보자는 정책은 너무 늦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사한 내용의 연구 결과와 경고들이 이어졌고,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레이건 정부가 들어선 뒤 분위기는 반전됐다. 레이건 행정부는 반규제·반환경·친석탄 행보를 이어갔다. 국립과학아카데미는 1983년 10월19일 기후변화에 대해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예측들’에 대중이 현혹돼서는 안 된다” “단순한 경고일 뿐 두려워할 건 없다”고 밝혔다. 언론의 관심은 시들었고, 전전긍긍하던 산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싸움은 계속됐다. 1988년 유엔이 드디어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설립을 승인했다. 기업들이 반격에 나섰다. 기업들의 ‘전략’은 “과학의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모든 새로운 규제들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시하고, 전 세계 기업들의 협력을 촉구하며, ‘광범위한 경제적 목표에 부합하는’, 다시 말해 “이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조치만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새로 대통령에 취임한 조지 부시는 기후변화에 관심이 없었다. 1989년 11월 네덜란드 노르트베이크에서 각국의 환경 관련 장관들이 모였지만 미국의 반대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는 구속력 있는 조약은 채택되지 않았다. “이로써 희망과 절망을 오락가락하며 맹렬히 달려왔던 10년의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르포는 이 대목에서 끝난다.

그럼 40년이나 지난 지금 현실은 어떤가. “1989년 11월7일, 그러니까 노르트베이크 회담 마지막 날부터 현재까지, 우리는 인류 문명 전체를 통틀어 배출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쏟아냈다.” 지은이는 말한다. “거대 화석연료 기업들의 로비, 다음 선거 이후의 미래에는 관심조차 없는 정치인들, 위협의 규모뿐 아니라 그에 필요한 해결책의 규모도 애써 외면하려는 대중…. 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저항의 장벽들을 넘어서야 한다”고.

비단 기후변화뿐 아니라 하나의 정책이 어떤 역학에 의해 추진되고 또 좌절되는지를 알고 싶은 이에게도 흥미로울 책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꽁트] 마지막 변신 1.

[꽁트] 마지막 변신

일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 “조성진이 롤모델…임윤찬은 놀라운 재능” 2.

일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 “조성진이 롤모델…임윤찬은 놀라운 재능”

건축가를 빛낸, 그 건축주가 멋졌다 3.

건축가를 빛낸, 그 건축주가 멋졌다

‘믿음’이 당신을 구원, 아니 파멸케 하리라 [.txt] 4.

‘믿음’이 당신을 구원, 아니 파멸케 하리라 [.txt]

뉴진스 부모들 SNS 개설해 가짜뉴스 대응…“절박한 상황” 5.

뉴진스 부모들 SNS 개설해 가짜뉴스 대응…“절박한 상황”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