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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거리] 편견에 맞선 기록

등록 2021-06-18 04:59수정 2021-06-18 09:47

1988년 8월, 경기도 남양주군 원진레이온 정문 앞에서 열린 산재노동자들의 규탄 시위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1988년 8월, 경기도 남양주군 원진레이온 정문 앞에서 열린 산재노동자들의 규탄 시위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원진레이온을 아시나요? 1960년대 화신그룹이 일본 동양레이온(현 도레이)에서 중고기계를 들여와 섬유를 만들던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안전설비 없이 노동자들을 치명적 유해물질인 이황화탄소에 노출시켜 악명이 드높았습니다. 1993년 6월 폐업하기까지 수많은 노동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질병에 신음했습니다. 노동자와 유가족, 운동가들이 살인 기업에 맞서 싸워 승리했고, 그 결과 원진재단과 원진노동자건강센터가 만들어졌지요. 센터 아래 원진녹색병원, 노동환경연구소 등이 설립됐는데, 이번 ‘책&생각’ 표지기사에 실린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포도밭)이 바로 노동환경연구소가 펴낸 책입니다.

‘근골격계 질환’이나 ‘감정노동’처럼, 고통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고통을 인식하는 행위이겠죠.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악덕기업에 맞서, 기업이 노동자 위에 군림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사회적 편견에 저항해, 죽도록 싸우는 일일 것입니다. 편견은 대체로 힘있는 자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들이 기획하고 조장하여 힘을 부여합니다. 편견에 부역하는 ‘강약약강’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원진레이온이 공장 문을 닫은 지 30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엔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팔다리를 잃고 삶의 의지를 잃는 이들이 있습니다. 분노해야 할 부조리입니다.

그릇된 관념에 맞서 분노하여 싸워온 이들이 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습니다. 어설픈 이기적 탐욕과 무책임이 사회를 망치고 공동체를 뒤흔들지만, 건강한 투쟁 정신은 정화장치입니다. 이번주 ‘책&생각’에는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꿈꿀자유), <커먼즈의 도전>(빨간소금)을 비롯해 투쟁의 기록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억은 힘이 셉니다. 기억은 강력한 투쟁의 수단입니다. 그러니 기록은 투쟁입니다. 강인한 의지와 발랄한 용기로, 분노와 헌신을 무기로 진행되는 투쟁을 ‘책&생각’에서 목격해보길 권합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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