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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쁜 액션, 허찌른 유머…선물 같은 영화 ‘블랙 위도우’

등록 2021-06-30 00:59수정 2021-06-30 11:24

7월7일 개봉하는 마블 신작 리뷰
마블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11년 전 개봉한 <아이언맨2>에서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릿 조핸슨)가 처음 등장했을 때,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이 매력적인 비서가 훗날 가공할 힘을 지닌 악당 ‘타노스’로부터 지구를 지켜낼 어벤져스의 일원이 되리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블랙 위도우로 명명된 그는, 지략과 강인함을 두루 지닌 문무겸전 캐릭터로 근육질의 남성 슈퍼히어로 사이에서 자신만의 독보적 영역을 구축해왔다.

시리즈 완결판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서도 블랙 위도우는 아이언맨과 함께 숭고한 희생을 하는 영웅 가운데 하나였다. ‘울트라 리치’로 자란 아이언맨에 비해, 블랙 위도우는 불우한 성장 과정과 고난뿐인 삶을 살면서도 자신에게 한번도 적의를 거두지 않았던 세상을 위해 일생일대의 결단을 한다. 그의 마지막이 더 애잔한 까닭이다. “날 보내줘. 괜찮아”라고 그는 말했지만, 유머러스하면서도 쿨하고 ‘외강내유’의 미덕을 지닌 그와의 작별은 관객들에게 못내 아쉬움을 남겼다.

마블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다음달 7일 전세계 동시 개봉하는 마블스튜디오의 액션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는, 나타샤를 잊지 못했던 팬들에게 마블이 보낸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1994년 미국 오하이오주,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는 언니 나타샤와 집 뒤뜰에서 뛰놀다 다친다. 엄마(레이철 바이스)가 울고 있는 막내를 달래며 말한다. “괜찮아. 고통은 인간을 성장하게 한단다.” 나타샤는 엄마의 이 말을 삶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평화로운 저녁, 퇴근한 아빠(데이비드 하버)는 갑자기 가족들에게 짐을 싸라고 한 뒤 함께 도망을 간다. 경비행기를 타고 ‘쉴드’(S.H.I.E.L.D.)의 추격을 가까스로 피한 가족들이 도착한 곳은 쿠바. 부상을 입은 엄마는 병원으로 후송되고 어린 자매는 아빠와 헤어져 첩보원 양성기관인 ‘레드룸’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어린 자매는 아빠인 줄 알았던 이가 캡틴 아메리카에 대적하기 위해 옛 소련이 길러낸 첩보요원 ‘레드 가디언’이었고, 엄마 또한 신분을 숨긴 옛 소련의 첩보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살인병기를 길러내는 그곳에서 두 자매는 극한의 훈련을 받으며 레드룸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킬러가 된다.

마블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세월이 흘러 어벤져스의 일원이 된 나타샤. 어벤져스의 작전 수행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자 미국 정부는 어벤져스를 통제하는 이른바 ‘소코비아 협정’을 체결하려고 한다. 아이언맨과 함께 이 협정을 지지했던 그는, 내분에 휩싸인 어벤져스 무리를 떠나 노르웨이의 자연 속에서 일상의 행복을 누린다. 어느 날 의문의 액체가 담긴 택배가 도착하고, 나타샤는 상대의 동작을 학습한 뒤 공격하는 인조인간의 습격을 받는다. 모든 사태의 배후에 자신이 자란 곳이자 악의 근원인 ‘레드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타샤는, 최후의 일격을 위해 옛 동생, 가짜 아빠인 레드 가디언과 함께 과거의 엄마를 찾아나선다.

마블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의 시기적 설정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사이에 해당하지만, 두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도 몰입할 수 있도록 독립된 이야기 구조로 돼 있다. 무엇보다 마블 히어로물 특유의 압도적 액션을 충실하게 계승하면서도 여성의 자각과 활약에 초점을 맞춘 점은 <블랙 위도우>의 특징이다. 악당도, 이를 막는 영웅도 모두 여성인 점, 레드룸의 창시자는 여성들의 보호를 받는 존재고 레드 가디언은 허풍선이에 불과하다는 점, 이른바 대안가족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점 등은 <캡틴 마블>(2019) 이후 마블 유니버스가 견지해온 세계관의 연장으로 보인다.

마블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블랙 위도우>가 관객을 매료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 서로 ‘티키타카’(짧게 주고받는 대화)를 하는 상황에서 번뜩이는 웃음과 재치다. 무심하게 살벌한 대사를 던지며 ‘패션 테러리스트’(?)의 면모를 보여준 동생 플로렌스 퓨의 사랑스러움과, 주로 악역으로 출연해왔던 데이비드 하버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는, 기존 시리즈가 보여준 유머 수준을 뛰어넘으며 2년 만에 귀환한 이 마블 히어로물을 더욱 각별하게 만든다.

국내에 유독 팬이 많은 마블의 새 영화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침체한 극장가를 구원하는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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