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가운데) 감독이 7일(현지시각) 칸국제영화제가 마련한 행사 ‘랑데부 아베크’에서 진행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칸/연합뉴스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 스페셜 게스트로 참가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이 “스트리밍도 좋지만, 극장은 소중하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7일(현지시각) 칸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대화’ 행사로 열린 ‘랑데부 아베크’에 참석해 “영화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트리밍도 영화를 보는 좋은 방법”이라면서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극장은 소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극장의 가장 큰 장점으로 영화를 보다 중간에 멈추거나 이탈할 수 없다는 점을 꼽았다. “(영화를 극장 아닌 곳에서 보면) 정지 버튼을 누를 수 있잖아요. 보다 말고 다른 짓을 할 수도 있고. 하지만 극장이라는 곳에는 감독이 만든 2시간이라는 리듬이, 하나의 시간 덩어리가 존재해요. 몇시부터 몇시까지 영화를 틀겠다고 약속돼 있고, 관객은 그걸 존중하죠.”
6일(현지시각) 오후, 봉준호 감독이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앞서 레드카펫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칸/AFP 연합뉴스
이와 관련한 일화도 소개했다.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을 만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주치의에게 신작을 봤냐고 물어봤더니 “하루에 15분씩 일주일째 보고 있다”는 ‘웃기면서도 슬픈’ 답변을 들었다는 것이다. 봉 감독은 “이런 부분이 스트리밍의 참 안타까운 지점”이라면서도 “모든 스튜디오에서 제작을 거부한 <아이리시맨>은 넷플릭스가 지원하지 않았다면 빛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아이러니도 전했다.
자신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도 언급했다. “<옥자>도 마찬가지예요. 여기저기서 거절당했는데, 넷플릭스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감독에게 100% 통제권을 줬거든요. 묘하게 모순적인 상황이 있는 것 같아요.” 봉 감독은 2017년 <옥자>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처음 진출했으나, 당시 스트리밍 영화의 칸영화제 초청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결국 2018년부터 넷플릭스 영화는 칸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없게 됐다.
칸국제영화제가 7일(현지시각) 마련한 봉준호 감독과의 대화 행사에 봉 감독이 등장하자 관객들이 일어나서 손뼉을 치며 환호하고 있다. 칸/연합뉴스
봉 감독은 차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말했다. 어느 날 서점에서 프랑스 과학책을 사온 아내가 “너무 아름답다”며 보여준 심해어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2~3년 전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고, 올해 1월 작업을 마쳤다고 했다. 늦어도 2025년, 2026년에는 완성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봉 감독은 요새 주목하는 한국 영화감독으로 <남매의 여름밤>(2020)의 윤단비 감독을 꼽았다. 봉 감독은 “한국 영화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이기 전에 한국에서 하나하나의 소중한 필름메이커들이 나와주고 있다. 최근 새로운 한국 영화가 궁금하다면 젊은 독립영화 감독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칸국제영화제 개막을 선언하는 스페인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미국 배우 조디 포스터, 봉준호 감독, 스파이크 리 감독(왼쪽부터). 칸/AFP 연합뉴스
1시간20분 동안 400명 넘는 관객을 만난 봉 감독은 영화제 쪽이 숨겨놓은 ‘비장의 카드’였다. 그의 영화제 참석 소식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가 개막 당일에야 공개됐다. 봉 감독은 전날 미국 배우 조디 포스터, 스페인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미국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와 함께 영화제 개막을 선포했다.
칸/연합뉴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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