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서울극장이 ‘고맙습니다 상영회’로 관객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한다.
서울극장은 오는 11일부터 영업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3주간 평일 하루 100명, 주말 하루 200명에게 선착순으로 현장에서 무료 티켓을 제공한다고 2일 밝혔다. 그동안 서울극장을 사랑해준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다.
지난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 말고도 페드로 알모도바르 연출, 틸다 스윈턴 주연의 <휴먼 보이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공식 선정작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등 하반기 개봉 예정작 4편을 미리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서울극장 기획전에서 빠뜨린 명작 영화들도 상영한다. 베넷 밀러에게 칸영화제 감독상을 안긴 <폭스캐처>를 비롯해 노아 바움백 감독의 <프란시스 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 션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 음악 다큐멘터리 <서칭 포 슈가맨>,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흐르는 강물처럼> 등을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서울극장의 역사를 마무리하는 뜻에서, 합동영화사와 서울극장 설립자인 고 곽정환 회장이 연출하고 부인 고은아 현 회장이 주연을 맡았던 <쥐띠부인>(1972)을 특별 상영한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극장 누리집과 에스엔에스(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극장 ‘고맙습니다 상영회’ 포스터. 서울극장 제공
서울극장은 합동영화사가 1978년 당시 재개봉관이던 세기극장을 인수해 이듬해인 1979년 개봉관으로 개관하면서 한국 영화사에 발자취를 남기기 시작했다. 당시 1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한 영화관은 1989년 스크린 수를 늘리며 국내 최초의 복합상영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단성사, 피카디리극장과 함께 종로3가 일대를 ‘한국 영화관 1번지’로 일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친구들의 약속 장소,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 등 명소로 통했던 서울극장은 2000년대 들어 대형 멀티플렉스의 공격적인 확장세에 맞서 고군분투해왔다. 하지만 이미 대형 멀티플렉스들에 밀려 수익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쳐 더는 버티기 어려워지자, 지난달 2일 누리집을 통해 8월31일 영업 종료를 알렸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