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고 도망치는 범인과 추적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경찰 드라마는 재미를 보장한다. 강력반과 마약수사대, 과학수사대와 사이버수사대도 몰입하게 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다. 가장 긴박하고 치열한 두뇌 싸움이 벌어지는 곳은 바로 ‘경찰이 동료 경찰을 수사하는 곳’, 즉 내사과라는 것을. 영국 <비비시>(BBC)에서 2012년부터 제작된 <라인 오브 듀티>는 영국 경찰 내부 감사팀 이야기다.
아놋 경사는 대테러 부대 분대장이다. 그의 팀은 시민을 테러 분자로 오인해 사살한다. 아놋은 이런 진실을 밝혔다는 이유로 내사과로 차출된다. 그러나 함께 일하는 동료를 수사하는 내사과는 어디서도 환영받을 수 없는 부서다. 게다가 그의 첫 임무는 누가 봐도 훌륭한 경찰인 게이츠 형사다. 검거 실적이 너무 좋아서 혹시 부풀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다. 강력범죄를 가장 많이 해결한 사람을 이런 이유로 내사하다니. 그러나 게이츠가 내연녀의 뺑소니 사고를 숨겨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과 경찰의 싸움이 시작된다. 누군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현장 조작과 거짓 증언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수많은 범죄를 수사했던 경찰이다. 그래서 <라인 오브 듀티>는 단순한 수사물이 아니라 용호상박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다. 이 싸움은 ‘왕에게 총을 겨눴으면 반드시 명중시켜야’ 끝나는 법이다.
어떤 이들은 조승우, 배두나 주연의 <비밀의 숲>을 떠올리기도 한다. 사건을 덮으려는 사람과 사건을 파헤치는 사람이 모두 검찰일 때 느껴지던 숨 막히는 긴장감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다. 작은 사건이 점점 더 큰 조직 범죄와 권력 비리로 커지는 것처럼 <라인 오브 듀티>도 시작은 게이츠가 식당에서 우연히 강도를 잡은 일이다. 작은 실수를 막기 위해 더 큰 사건을 만들고, 진실보다 조직의 논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지구 반대편 이야기지만, 닮아 있다.
<라인 오브 듀티>는 사건과 그 사건을 추적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다른 어떤 서사도 없이 빠르게 진행된다. 보는 내내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몰아친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라는 이분법에서는 일찌감치 벗어났고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명예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 사람과 목숨을 위해 명예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의 선택은 끝없이 엇갈린다.
모든 경찰 드라마가 그렇듯, 내사과가 내사만 하지 않고 직접 범인을 추격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니, 한번 보면 밤을 새우게 한다는 것 빼곤 완벽한 드라마다. 티빙, 웨이브, 왓챠에서 시즌1부터 시즌5까지 볼 수 있고 넷플릭스에는 시즌4와 시즌5만 있다. 시즌6이 영국에서 얼마 전 방영을 마쳤다. 아마도 먼저 시즌6을 공개해주는 플랫폼을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씨제이이엔엠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