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다. 때마침 딱 어울리는 사랑 드라마가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오티티) 아마존 프라임에서 볼 수 있는 8부작 옴니버스 <모던 러브>다. 8부작이니 이 드라마를 봐야 하는 이유를 8가지로 정리해봤다.
첫째, 원작부터 화제작이다. 이 드라마는 미국 <뉴욕 타임스>에서 17년째 연재되고 있는 동명의 칼럼이 모티브다. 사랑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일인칭 시점으로 전하는데, 칼럼을 읽어주는 팟캐스트가 생겼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드라마 제작이 결정된 순간부터 전 세계 수많은 독자가 애타게 기다렸다고 한다.
둘째, 고막이 호강한다. <원스> <비긴 어게인> <싱스트리트>를 연출한 존 카니 감독이 제작, 연출, 각본까지 맡았다. 음악영화의 거장이 만든 드라마다 보니 감미로운 음악이 가득하다. 매회 ‘고막 남친’, ‘고막 여친’으로 불리는 가수가 총출동한다. 특히 타이틀 곡과 다양한 사람의 사진으로 구성된 오프닝 장면은 스킵하지 않고 매번 보게 된다.
셋째, 연기 맛집이다. 데브 파텔, 올리비아 쿡 등 유명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특히 세번째 에피소드에서를 주목하자. 앤 해서웨이가 조울증을 앓는 변호사를 연기한다. 양극단의 감정을 오가는 연기가 탁월하다. 지켜보는 내 감정도 요동친다. 싱글 여성의 흔한 데이트 실패담인가 싶다가 어느 순간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바뀐다. 그가 조울증 이야기를 친구에게 처음 꺼내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나를 밟고 있던 코끼리가 이제 발 하나를 떼는 것 같아.”
넷째, 에피소드마다 달리는 제목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 재미있다. 좀 의미심장하다. 이런 식이다. ‘큐피드가 캐묻길 좋아하는 기자라면’, ‘문지기가 베프가 된다면’. 예를 들면 권태기 부부 이야기인 네번째 제목은 ‘경기를 이어가기 위한 테니스 랠리’다. 권태기 부부와 테니스가 무슨 관계가 있지? 줄거리만 보면 이해가 안 된다. 그런데 마지막, 두 사람이 별다른 대사 없이 테니스를 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함께 오랜 시간을 산 부부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나도 모르게 이해하는 순간이 온다.
다섯째, 모든 사랑은 특별하다고 말한다. <모던 러브>는 세상의 다양한 사랑의 특별한 순간을 포착한다. 중년의 위기, 노년의 사랑, 동성의 사랑, 가족의 사랑 등 수많은 사랑의 감정이 가진 보편성을 찾아낸다. 주변의 뭔가 특이해 보이는 사람들도 결국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된다.
여섯째, 집콕 시대에 이만한 힐링이 없다. 이 모든 이야기가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뉴욕의 아름다운 풍경, 바쁜 일상이 함께 한다.
일곱째, 모든 에피소드가 30분 내외로 짧다. 금방 볼 수 있는데, 아주 오래 본 것 같은 느낌이 들만큼 밀도 있게 담았다. 한 감독이 연출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도 매회 다양하고 신선하다. 영화 <라라랜드>처럼 뮤지컬 설정도 있고, 심리물처럼 어두운 내면의 이야기도 보여준다. 무엇보다 유머가 가득하다.
여덟째,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이전 7개 이야기에 나온 인물들이 모두 연결된다.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보고 있는 내 체온이 올라가는 느낌이다. 창밖의 세상도 조금은 따뜻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떤가, 이만하면 당장 정주행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박상혁 씨제이이엔엠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