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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뉴스서비스가 포퓰리즘을 닮은 3가지 이유

등록 2021-11-11 13:59수정 2021-11-11 17:04

채영길 교수 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발표 눈길
자유선택의 착각, 적대와 기존제도 불신 기반
“시민과 언론, 포털 병목구조에 갇혀” 비판
병목에 갇힌 미디어 공중을 표현한 그림. 채영길 교수 발제문 발췌
병목에 갇힌 미디어 공중을 표현한 그림. 채영길 교수 발제문 발췌
“네이버는 2천만 이용자 중 대부분이 언론사가 편집한 뉴스를 보고 30%만 알고리즘 뉴스를 본다고 말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2천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네이버라는 단일 매체의 메시지를 본다는 사실 자체다. 우리 사회가 너무 이에 대해 무감각한 것 아닌가?”

한국 사회에서 포털 시스템 속 ‘저널리즘 황폐화’ 논란이 커가고 있지만 그 논란에서도 초점은 유통자인 포털과 생산자인 언론사 간의 관계에 맞춰져왔다. 최근 포털 문제에 대해 방송 등에서 활발히 발언해오고 있는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접근은 좀 다르다. 단순히 누가 더 책임있느냐나 생산·유통 간의 수익배분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포퓰리즘과 민주주의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세미나 ‘포털의 올곧은 여론형성, 정책 혹은 기술의 재조명’에서 채 교수는 “포털의 뉴스 비즈니스가 포퓰리즘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을 자극하거나 재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일반 국민 전체의 취향과 선호를 포착해낸다는 ‘대중적 자신감’이다. 뮐러는 포퓰리즘을 논하면서 이를 ‘메타정치적 착각’(<누가 포퓰리스트인가>, 마티)이라 표현한 적 있다. 포털이 뉴스서비스는 ‘개별 이용자의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일 뿐이라고 내세우지만 “사실은 고도의 체계적이고 정교한 프로그램으로 생산자와 국민 모두를 단일한 원리 속에 가두고 있다”고 채 교수는 말한다.

두번째는 “적대적이고 이분법적 소통을 사회적으로 조작한다”는 점이다. 포털의 정치 담론이나 댓글 등의 공간에선 이념이나 의견이 다른 집단은 적으로 간주되거나, 소멸과 배제의 논리가 주요하게 작동한다는 지적이 많다. 채 교수는 이를 “포퓰리스트는 사회를 두 진영으로 분리하는 정치적 경계를 구성하고, 자유를 통해 다른 집단의 자유를 억압하는 민주적 반자유주의에 기초한다”는 샹탈 무페의 지적과 상통한다고 봤다.

세번째론 포퓰리즘이 기존 제도에 대한 불신과 소외에 기초하듯 포털이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을 대체하면서 유일하며 독과점적인 언론 창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재단의 ‘2020 언론수용자조사’를 보면, 20대의 77.6%가 포털을 언론이라 생각하며 26.1%가 네이버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라고 생각한다.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 학회가 지난 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포털 문제에 관한 세미나를 열고 있다.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 학회가 지난 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포털 문제에 관한 세미나를 열고 있다.
그의 주장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한국이 독특하게 포털이라는 ‘병목’을 통과하지 않고선 공론장의 너른 벌판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최근 발표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1 한국>에서도 뉴스 주 이용경로를 포털이라 답한 비율이 한국은 72%로, 전체 46개국 평균 33%를 압도적으로 상회했다.

채 교수는 포털이 뉴스제공자는 아니지만 각종 부가서비스와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수 있다’는 착각 혹은 의사 효능감으로 인해 “뉴스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지위를 넘어 한국 사회의 독점적 뉴스 유통망을 제공하는 뉴스산업복합체를 완성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거대 언론 중심의 편향적이고 불공정한 체계를 포털이 뉴미디어환경에서 재생산하고 강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그는 ‘뉴스산업복합체’란 표현을 쓴다.

뉴스의 연성화·저질화가 도마에 오를 때마다 ‘이용자가 자극적 기사에 눈길을 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반복돼왔다. 채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선정적이고 감각적인 뉴스 소비 행태가 오로지 이용자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될 때, 이성적 메카니즘에 의해 감정적 이슈도 합리적 숙의가 가능하다는 ‘민주적 시민’의 이상은 점점 더 형해화된다”고 우려했다. 포털이라는 병목구조 자체를 내버려둔 채 시민들 문제만 지적하는 건 시민을 “책임 있는 여론의 주체가 아니라 개인화된 감각적 뉴스 소비자라는 인식만 강화할 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던 프랜시스 호건의 폭로로 미국에선 “분열적인 콘텐츠를 증폭시키고 혐오 발언과 잘못된 정보를 조장해온 인공지능(AI) 알고리즘”(<타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 한국의 포털 또한 ‘편집권을 언론사에 넘겼다’거나 ‘사람이 개입되지 않는 알고리즘을 쓴다’는 것을 내세워왔다. 그는 이처럼 기술 뒤에 숨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포털에 맞서기 위해선 “시장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치 문제에서 논의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가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포털 구조 자체가 시민과 민주주의를 어떻게 ‘변형’시켜나가는지 분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채 교수는 발제에서 “병목구조라는 불평등하고 단일하며 독과점적인 소통 구조를 다원주의적이고 평등하며 민주적으로 재구조화해야 문제들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무페의 말을 인용했다. 한국의 포털 문제 논의에서도 고민해봐야 할 지점 아닐까.

글·사진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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