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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오늘 당신은 몇 시에 퇴근했습니까?

등록 2021-11-12 17:22수정 2021-11-12 18:39

[박상혁의 OTT 충전소] 일본 TBS ‘저, 정시에 퇴근합니다’

티비에스 누리집 갈무리
티비에스 누리집 갈무리

잔업과 초과근무가 많은 인터넷 회사에 다니지만, 유이는 무조건 오후 6시에 퇴근한다. 열정이 부족하다고 흉보는 사람도 있지만,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근무시간에는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일한다. ‘칼퇴’를 하고 후다닥 뛰어가서 6시10분까지 단골 중국집에서 맥주 한잔을 들이켜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즐거움이다. 오늘 만나볼 드라마는 2019년 일본 <티비에스>(TBS)에서 방송되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냈던 <저, 정시에 퇴근합니다>이다. 국내에서는 시즌과 왓챠에서 볼 수 있다.

유이가 처음부터 정시에 퇴근하는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다. 대학 졸업 뒤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형 여행사에 취직했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모두가 정신없이 바쁘고 화가 나 있었다. 칭찬은 없었고 질책만 가득했다. 허둥지둥 뛰어다니다 계단에서 낙상사고를 당해 6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지면서 결심했다. 다음 회사에서는 무조건 정시에 퇴근할 것이다. “일과 삶이 균형 잡힌 생활을 되찾겠어.”

그러나 항상 평화로운 유이의 삶에 위기가 찾아온다. 능력은 뛰어나지만 일만 하는 모습 때문에 헤어졌던 전 남자친구가 같은 부서로 오게 된다. 마음이 복잡한데 지금 사귀는 남자 친구는 청혼을 한다. 육아휴직 뒤 복귀한 선배는 휴일근무와 잔업을 자청하고 나선다. 요즘 애들은 열정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리던 선배는 후배들이 당한 부당한 대우에는 나서주지 않는다. 개념 없는 신입사원은 싫은 소리를 듣자 컴퓨터 비밀번호를 바꾸고 잠적해버린다. 뻥뻥 터지는 사고들 속에서도 유이의 정시 퇴근은 지켜질 수 있을까?

제목만 보고, 일을 더 시키려는 윗사람과 정시에 퇴근하려는 직원간의 단순한 싸움이라고 오해하지는 말자. 드라마 속에는 갑질과 을질이 서로 난무한다.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시청자들도 각자 회사에서 떠오를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특히 윗사람과 신입 사이에 끼여서 양쪽에서 ‘젊은 꼰대’라고 욕먹는 30대 직장인의 공감이 클 것 같다. 후배에게 애정을 담아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라고 말해보지만 “선배가 신입 때 그랬다고 왜 우리까지 그래야 하죠?”라는 답이 돌아온다. 나 없으면 안 돌아갈 것 같은 회사를 위해 살아왔는데 결국은 회사가 없으면 안 되는 나만 남았다.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고 주인공 유이를 연기하는 요시나가 유리코는 실제로도 활동 중에 교통사고로 긴 공백이 있었다. 한창 인기를 얻고 있을 때 훌쩍 긴 세계 여행을 떠나 버린 경험이 있어서인지 퇴근을 사수하려는 유이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유리코의 마음처럼 느껴진다 .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였지만 각자 다른 삶을 준비하는 학창 시절과 달리 회사 생활이란 전혀 다른 삶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이뤄내야 한다. 그러니 사무실에선 다양한 가치관이 충돌한다. 문득 생기는 의문들. 정말 오직 배려와 칭찬만으로도 회사의 발전과 개인의 성장이 가능할까?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의 주장이 과연 조직에서 통할 수 있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지만 꽤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분명한 건, 회사를 위해 내가 있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회사가 있다는 것이다. 죽을 만큼 일하다가는 잘못하면 죽는다. ‘위드 코로나’로 다시 사무실로 나가는 당신, 오늘은 정시에 퇴근합니까?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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