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케이(K)콘텐츠 열풍의 진원지인 넷플릭스와 이를 따라잡으려는 디즈니플러스가 새해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 맞붙는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1·2위인 두 곳이 각각 학원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과 청춘 로맨스 <너와 나의 경찰수업>을 내놓은 것이다. 두 작품은 26일 나란히 제작발표회를 열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오는 28일 공개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발생한 학교에서 고립된 채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로, 주동근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완벽한 타인>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이유미, 임재혁 등이 학생으로 출연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관전 포인트는 <킹덤>으로 ‘한복 좀비’를 만들어낸 넷플릭스가 ‘학교 좀비’ 또한 성공시킬 수 있을지 여부다. 더 젊고 강력해진 ‘학교 좀비’는 <킹덤>과 영화 <부산행>의 좀비처럼 빠르고 소리에 민감하되, 문은 열지 못한다. 길이 90m에 이르는 4층 규모의 학교 세트를 만들어 급식실, 교실, 복도 등에서 좀비와 학생들이 뒤엉키는 장면을 촬영했다는 점이 기대감을 높인다. 폭력 수위가 높은 탓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26일 오전 열린 <지금 우리 학교는>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임재혁, 이유미, 박지후, 조이현, 로몬, 유인수, 이재규 감독, 윤찬영(뒷줄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넷플릭스 제공
이날 오전 온라인으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 감독은 학원 좀비물을 표방한 <지금 우리 학교는>의 차별성에 대해 “여러 좀비물이 있는데, 대부분 성인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많지 않냐”며 “이건 폐쇄된 공간에서 아직 성숙하지 못하고 사회화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학생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은 재미도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국 교육시스템과 학교폭력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는 <지금 우리 학교는>을 기존 좀비물과 구별 짓게 하는 지점이다. ‘왕따’를 비롯한 학교폭력은 좀비 바이러스의 탄생과 깊은 인과관계를 가진다. 다만 현실의 적나라한 반영이 현실 개선과는 무관하다는 점도 엄연하다. 이 감독은 “학교 폭력이 학교 안의 문제만은 아니다. 사회도 마찬가지”라며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된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난 뒤 어른이 된 나에게도 직면한 문제, 내가 가해 혹은 피해 그룹이 아닌지 생각하길 바랐다”고 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 스틸컷. 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지금 우리 학교는>이 핏빛 장르물이라면,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분홍빛 멜로물이다. 겁도 없고 답도 없지만 패기 하나 넘치는 눈부신 열혈 청춘들의 캠퍼스 라이프를 그린 작품으로,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하백의 신부> 등을 연출한 김병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강다니엘, 채수빈, 이신영, 박유나 등이 경찰대학 신입생으로 출연한다. 서툴고 실수투성이이지만 누구보다 빛나는 경찰 꿈나무들의 패기가 유쾌한 웃음과 설렘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날 1~2회가 먼저 ‘개강’한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지난해 11월 국내 상륙한 디즈니플러스가 내놓는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다. 앞서 첫선을 보였던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스핀오프편과 다시보기 서비스를 했던 드라마 <설강화>(JTBC)가 기대만큼 큰 화제를 모으지 못한 상황에서 <너와 나의 경찰수업>이 디즈니플러스를 케이콘텐츠의 또 다른 수원지로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배우 강다니엘, 채수빈, 박유나, 이신영(왼쪽부터)이 26일 오후 진행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너와 나의 경찰수업>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이날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너와 나의 경찰수업> 제작발표회에서 스스로를 “신인 배우”라고 소개하며 연기 데뷔식을 치른 가수 출신 강다니엘은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내게 첫사랑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맡은 위승현은 열혈 경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지만 부끄러움도 많다. ‘츤데레’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이날을 시작으로 <너와 나의 경찰수업>을 매주 수요일 두편씩 공개한다. 한꺼번에 전편을 공개하는 <지금 우리 학교는>과는 다른 전략이 어떤 효과를 낳을지도 궁금하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