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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방청객 환호소리 가장 행복하다”던 명MC 허참 별세

등록 2022-02-02 19:08수정 2022-02-09 20:29

음악 다방서 일하다 71년 방송 데뷔
84년부터 26년간 ‘가족오락관’ 진행

지난 1일 세상을 떠난 진행자 허참(사진)은 간암 투병 중인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지인들마저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변에선 짐작한다. 그와 가까웠던 코미디언 이홍렬은 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투병 생활을 4년간 했는데, 한 달 전에 알게 됐다. 그동안 자주 만났는데도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며 슬퍼했다. “한 달 전에 연락이 끊겼어요. 형님이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나 봐요.”

끝까지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도 컸을 것이다. 고인의 마지막 출연작은 지난 1월13일 한 종합편성채널의 <진리식당>이다. <가족오락관>이 종영한 2009년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그는 오래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진행에) 종착역이 있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마이크를 잡으면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진행에만 빠진다는 고인은 1984년부터 26년간 <가족오락관>을 진행하며 ‘명엠시’로 인기를 얻었다. 당시 <한국방송>을 거쳐 간 사장 중에는 <가족오락관>의 장수 비결을 “허참씨의 뛰어난 진행 능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겹고 푸근한 이미지, 감칠맛 나는 진행이 주부 시청자들의 호감을 끈 것이다. 그가 방송에서 외치는 “몇 대~ 몇!”은 유행어가 됐다. 그는 “방청객들의 환호 소리를 듣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인터뷰에서 해왔다.

부산에서 난 고인은 1970년 서울에 와서 음악다방 진행자로 일했다. 이듬해 <문화방송> 라디오 <박원홍의 청춘은 즐거워>로 방송 입문했고, <젊음은 가득히> <7대 가수쇼>로 본격적으로 진행자의 길을 걸었다. <가족오락관>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장수'를 예상하지 못했다. “오늘에 충실하자”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 것이 26년 장수프로그램 스타 진행자로 만들었다. 이홍렬은 “매사에 긍정적이고 푸근하고, 대범한 모습이 그를 오늘의 허참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2007년 ‘추억의 여자’ 등 음반도 낸 고인은 <가족오락관> 종영 뒤에도 드라마(<맛 좀 보실래요>)에도 출연하며 다양한 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예명 허참은 종로 음악감상실 쉘브르에서 디제이를 할 때 정했다. 사회자가 이름을 묻기에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허~참”이라며 혀를 찼단다. 재치 넘치던 그는 “내 이름이 허참”이라고 맞받아쳤고 그때부터 허참이 됐다. 그는 타고난 그 재치를 하늘에서도 펼치고 있을 것이다. 이홍렬은 “너무 힘들었을 텐데 그걸 참고 있었을 생각을 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그리 멀지 않은 세월에 우리 만날 거야. 그때까지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계시오. 형님.” 유족으로 자녀 석원·은정·은주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3일 오전 5시20분이다. (02)3010-2000.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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