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전세계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학원 좀비물을 표방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지난달 28일 공개된 지 하루 만에 넷플릭스 전세계 1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흥행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외 평단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정교하게 짜인 액션 신과 살아 있는 캐릭터, 코로나 등 적절한 사회적 메시지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전날 기준으로 넷플릭스 티브이(TV)쇼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나라별로 살펴보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브라질, 덴마크, 이집트, 핀란드, 말레이시아, 타이, 대만, 멕시코 등 54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공개 하루 만인 지난달 29일 순위를 집계한 88개국 중 25개국에서 1위로 출발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이후 지난달 30일 44개국 1위, 지난달 31일 46개국 1위, 1일 48개국 1위, 2일 54개국 1위로 점차 흥행 범위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전세계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부산행> <킹덤> <#살아있다> 등 케이(K)좀비물의 맥을 이으면서 학원물이라는 차별점을 이식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주동근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12부작 시리즈의 연출은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완벽한 타인>을 만든 이재규 감독이, 극본은 드라마 <추노>, 영화 <해적> 시리즈의 천성일 작가가 맡았다.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이유미, 임재혁 등이 학생으로 출연한다.
전문가들은 <지금 우리 학교는>의 흥행 비결로 좀비물의 새로운 변주를 들었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 우리 학교는>은 적당한 규모로 강한 자극의 장르물을 잘 만들고자 하는 넷플릭스의 지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킹덤>이 궁궐 암투극을 좀비와 연결해 성공했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사회 모순이 집약된 공간인 학교에 좀비를 던져놓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클리셰를 적절하게 잘 변주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도 “<지금 우리 학교는>은 잘 만든 좀비 버전의 ‘응팔’(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다. 잘 쓴 대사와 몇몇 매력적인 캐릭터, 학교 공간을 도망 다니며 펼치는 액션 등이 1시간을 20분으로 느끼게 만든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액션의 완성도가 대단하다. 이전 좀비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잘 짜인 액션 장면이 10분 이상 이어진다. 수많은 좀비가 등장하는 장면은 배우들의 동선과 합이 중요한데, 그걸 잘 짰다. 젊은 배우들을 데리고 지치지 않는 액션 신을 잘 만들어냈다”고 극찬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전세계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시의적절한 사회적 메시지가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서는 무게감을 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봉석 평론가는 “장르물의 범주 내에서 세월호 참사나 코로나19에 대한 은유를 넣어 사실감을 높인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김효정 평론가는 “외국인들이 극 중 학생들의 욕설에서 따와 드라마 애칭을 ‘시발’(Shibal)로 부르고 있다”며 “기존 <파수꾼> 같은 학원물 영화만큼은 아니어도 학교폭력 문제 등을 나름 현실감 있게 다룬 점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극 초반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이 여학생의 교복을 벗기고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장면을 두고 선정성 논란이 인 데 대해 두 평론가는 “극의 흐름에서 필요한 장면으로 보인다”며 논란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이야기를 길게 늘이면서 다소 느슨해지는 대목도 있는 만큼 12부작보다 8부작 정도가 적당해 보인다는 것도 두 평론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전세계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외신들도 호평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넷플릭스의 한국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 여러분을 놀라게 할 것”이라며 “한국 괴물 시리즈는 세계를 뒤흔드는 불길한 실존주의를 그린 최고의 작품 중 하나다”라고 했다. 또 “극 중 좀비가 발생한 상황을 현실의 코로나 팬데믹에 빗대 이해할 수 있다”며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좀비 발생 서사이지만, 신선함을 주는 것은 배경이다.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것은 매우 영리한 발상”이라고 했다. 미국 연예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도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오징어 게임>과 마찬가지로 악몽 같은 배경을 활용해 다른 세상에 있는 것만 같은 아찔한 효과를 줬다”고 평했다. 미국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선 2일 현재 신선도 지수 79%로, 평론가 14명 중 11명이 호평했다. 앞서 <오징어 게임>은 신선도 지수 94%를 기록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