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세계 1위다’ 이런 얘기가 신기해요. 문득 2년간 일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열심히, 진심을 가지고 극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그 안에 담겨 있는 정서나 이야기도 느껴주시지 않을까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7일 오전 화상 인터뷰로 만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재규 감독은 글로벌 1위에 대한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케이(K)콘텐츠 최초의 학원 좀비물인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은, 9일 연속 넷플릭스 티브이(TV) 쇼 부문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주동근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이 감독은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를 만든 드라마 피디 출신으로 2018년엔 영화 <완벽한 타인>을 연출한 바 있다.
학원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이 감독은 글로벌 인기 비결을 제작진의 노력과 소재의 새로움으로 돌렸다. 그는 “좀비물 장르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많이 있는 것 같다”며 “감히 말씀드리면 저희 액션팀, 무술팀, 가장 큰 역할을 해주신 좀비 배우들, 두 분의 안무가들, 이런 스태프들의 구현 능력치들이 예상하셨던 것보다 높기에 그런 것 같다. 또 성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다루고 있는 기존 좀비물과 달리 (<지우학>에선) 청소년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많은 분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소재의 새로움에 더해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이유미, 임재혁 등 실제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젊은 성인 배우들의 캐스팅도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연기 잘하는 배우 중에 (청소년 또래로 보이는) 나이가 어린 배우들을 선택하려고 했어요. 실제 그 인물과 가까운 배우를 찾으려고 했죠. 그러면 많은 것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다른 배우들이 ‘각 캐릭터와 배우들이 너무 비슷하다. 이런 친구들을 어디서 구하셨냐’고 놀랄 정도였어요.(웃음)”
학원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학생 좀비 외에도 <지우학>에는 ‘이뮨’(면역자)과 ‘이모탈’(살아 있는 좀비), ‘절비’(절반은 좀비)라는 기존 좀비물과 다른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에도 가령 10명이 좁은 공간에서 식사해도 5명은 감염 안 되는데 2명은 빠른 시간 안에 발병하잖아요. 좀비 바이러스도 비슷하게 100% 좀비가 되지 못하는 돌발적 상황이 있지 않을까 가정했죠. 기존 좀비물의 전통적 유산과 관습을 가져오되 돌연변이 성향의 좀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그래야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무엇보다 주연배우들과 좀비 단역배우 60여명이 고립된 학교 곳곳에서 쫓고 쫓기는 액션 장면들도 기존 좀비물을 압도한다. 특히 많은 시청자들이 명장면으로 꼽은 도서관 신에 대해 묻자 이 감독은 “도서관 신 촬영을 5일 정도 했다. 심리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는데 전문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하며 용기를 얻었다”며 “스태프와 배우들이 헌신적으로 임해줬다. 한 장면을 위해 애쓰는 모습에 저도 감동했다”고 밝혔다.
<지우학>은 지난달 28일 공개 이후 외신과 국외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제2의 <오징어 게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랑 ‘절친’이거든요. 더더욱 만들면서 부담이 많이 됐죠. 비교되는 것도 부담이 됩니다. <오징어 게임>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 벽)이라고 생각해요. <오징어 게임>을 통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많이들 가지게 됐잖아요. (<지우학>이) 그 뒤를 잇는 첫번째 작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두 감독은 서울대 신문학과 90학번 동기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 넷플릭스 제공
극 중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과 관련해선 “세월호 참사나 특정 사건만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아이들을 책임지고 구해야 하는데 국가나 시스템이 하지 못한다. 끝까지 책임지려 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소시민들, 아버지, 어머니다. 이러한 대비를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폭력 수위가 지나치다는 비판에는 “원작은 훨씬 강한 부분이 많았는데 영상화하면서 순화를 시켰고,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만들었다”며 “청소년 시청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보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주제 의식을 표현하는 데 있어 청소년 관람 불가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12부작이 다소 길게 느껴진다는 지적을 두고서는 이 감독은 “처음부터 12부작으로 기획하지 않았다. 12부에 대한 부담감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12부작이 우리가 구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만들었다”고 했다.
시즌2의 가능성에 대해 그는 “많은 분들이 시즌1을 사랑해주시고 좋아해주시면 가능하지 않을까 희망이 있다. 시즌2가 나온다면 조금 더 재미있고 확장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시즌1이 인간들의 생존기라면 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