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단한 드라마를 이 짧은 분량 안에 어떻게 다 담아낼 것인까? 지금 나의 고민은 그것뿐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 티브이 시상식 ‘에미상’에서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과 감독상, 각본상을 받았고, 얼마 전 <오징어 게임>이 남우조연상을 받았던 바로 그 ‘골든 글로브’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코미디인데 사회적 감수성을 담고, 세대 간 큰 울림도 주는 바로 그 드라마, <나의 직장 상사는 코미디언>이다. 지난해 미국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오티티) <에이치비오 맥스>에서 선보였고, 국내에선 오티티 왓챠에서 볼 수 있다.
할리우드의 젊은 방송작가 ‘에이바’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되면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다. 당장 밥벌이가 급한 에이바한테 에이전트는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공연하는 전설의 코미디언 ‘데버라’의 보조작가 자리를 권한다. 괴팍한 성격의 데버라는 작가의 도움은 필요 없다고 독설만 날리고 그를 돌려보낸다. 하지만 호텔 사장이 공연을 축소하려 하자, 에이바를 고용한다. 이제 둘은 지금껏 살면서 연인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이가 됐다. 더 재미있는 코미디도 짜야 한다. 이 기묘한 관계에서 오는 웃음이 끝없이 이어진다.
에이바는 데버라가 지나치게 부에 집착하고, 남성 기득권 사회에 손쉽게 굴복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반대로, 데버라가 보기에 에이바는 인생을 낭비하는 루저일 뿐이다.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두 사람은 끝없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갈등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세대 갈등, 계급 문제, 페미니즘 등 가볍지 않은 주제가 넘쳐난다. 흔히 기성세대를 ‘꼰대’라는 말로 비꼬지만, 아직 아무것도 이뤄낸 것이 없는 젊은 세대들이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데버라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네가 20살에 인터넷에서 조금 유명해졌다 치자. 글은 좀 잘 쓰겠지. 하지만 잘하는 건 자격 요건일 뿐이고 그냥 시작점이라고. 그냥 잘하는 거로는 안 돼. 훌륭한 실력에 운까지 따라줘도 이를 악물고 노력해야 하니까. 물론 그걸로도 부족해. 곧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그런 시간을 겪게 될 거야.”
드라마를 보면서 의아했던 점 중의 하나는 에이바가 라스베이거스 생활을 너무나 싫어한다는 설정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즐겁게 놀았던 보통의 한국인으로서는 매우 낯선 장면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오락거리가 넘쳐나는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 자체가 모두 가짜다. 그곳에는 베네치아 운하가 있고, 파리 에펠탑이 있고, 이집트 피라미드도 있지만 그중에 진짜는 없다. 그곳에서 에이바는 ‘진짜’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새해가 되어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들과 나의 차이점이 먼저 보인다. 삶의 방식도 어딘가 나와는 다르고, 가치관도 이해하기에는 힘들다. 그러나 조금만 더 가까이 지켜보면, 남들과 다른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싶어 하는, 나와 비슷한 사람일 뿐이다. 같은 꿈을 향해 가는 사람들은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와 전혀 다른 사람에게서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 이 드라마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다. 코믹 드라마답게 그 과정은 전혀 평화롭지 않지만. 시즌2를 예고하는 엔딩도 기가 막히게 유쾌하다.
시제이이엔엠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