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각) 열린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왼쪽)과 김민희가 영화 <소설가의 영화>로 심사위원대상(은곰상)을 수상하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홍상수 감독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인 은곰상을 받았다. 2020년 감독상, 지난해 각본상에 이어 3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홍 감독은 16일(현지시각) 열린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27번째 장편 <소설가의 영화>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은곰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에 이어 두번째 큰 상이다. 2020년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은곰상), 지난해 <인트로덕션>으로 각본상(은곰상)을 받은 데 이어 3년 연속 수상의 쾌거를 이뤄낸 것으로,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배우 김민희가 여우주연상(은곰상)을 받은 것까지 치면 네번째 은곰상 수상이다.
<소설가의 영화>는 잠적한 후배의 책방으로 먼 길을 찾아간 소설가 준희(이혜영)가 혼자 산책을 하다가 영화감독 부부와 배우를 만나는 이야기다. 준희는 배우 길수(김민희)에게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설득한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초청작인 <당신 얼굴 앞에서>로 홍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췄던 이혜영이 소설가 준희를 연기했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홍 감독은 “정말 기대하지 않았다. 너무 놀랐다”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연인이자 이번 영화에 길수 역으로 출연한 김민희를 무대로 불러올렸다. 김민희는 “오늘 상영에서 관객분들이 진심으로 영화를 사랑해주신다는 걸 느꼈는데 감사하다는 말을 못 드리고 내려왔다”며 “감동적이었고 잊지 못할 것 같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것은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도망친 여자>(2020), <인트로덕션>(2021)에 이어 여섯번째다. 이중 네 차례나 은곰상을 받아, 베를린이 특히 사랑하는 감독이라는 명성을 더욱 굳히게 됐다.
이날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은 스페인 여성 감독 카를라 시몬의 <알카라스>(Alcarras)가 차지했다. 감독상(은곰상)은 <보스 사이즈 오브 더 블레이드>(Both Sides of the Blade)의 클레어 드니 감독이 수상했다. 남녀 배우를 통합한 주연상(은곰상)은 <라비예>(Rabiye Kurnaz VS. George W. Bush)의 멜템 캅탄이 받았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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