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 직접 만난 썰

등록 2022-02-18 18:59수정 2022-02-18 21:34

이재익의 노래로 보는 세상
김연아 밴쿠버 겨울올림픽 경기 갈무리
김연아 밴쿠버 겨울올림픽 경기 갈무리

칼럼 제목이 무척 직설적이며 다분히 클릭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필자가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를 만났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오늘 칼럼 후반부에 그 경이로운 체험을 적어보려 한다. 그 전에 다른 선수 이야기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번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한 선수가 도핑 논란에 휩싸였다. 수많은 종목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경기인 피겨스케이팅에서 벌어진 일이다. 러시아의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가 논란의 주인공이다. 경기력 향상 물질이 소변 샘플에서 검출되었는데 15살인 어린 선수에게 이 약물을 권하거나 투여하게 시킨 관계자에 대한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필자가 가장 속상했던 부분은 그 선수의 변명이었다.

발리예바는 스포츠중재재판소의 청문회에서 할아버지의 심장 치료제 탓이라고 항변했다. 할아버지와 컵을 나눠 쓰다가 그 약 성분이 섞였다는 건데, 당연히 바로 반박당했다. 전문가들은 발리예바의 소변 샘플에서 검출된 해당 약물의 농도는 샘플 오염으로 판명받은 다른 경우에 비해 대략 200배가량 많은 양이라고 지적했다.

올림픽이 아닌 다른 경기에서도 약물은 민감한 문제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전미야구기자협회 기자단 투표에서 75%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매년 투표를 하는데 10년 내내 75% 득표에 실패하면 아예 자격이 박탈된다.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열리기 얼마 전, 배리 본즈 선수가 10년 연속으로 기준에 미달하여 입성 자격을 영구히 잃는 일이 발생했다. 배리 본즈는 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통산 홈런(762개) 기록, 단일 시즌 최다 홈런(73개) 기록도 갖고 있다. 기록만 보면 첫해에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해야 했다. 그러나 약물복용 전력이 발목을 잡았다.

우리는 왜 스포츠에 열광할까? 여러 이유 중에서 반칙과 술수가 난무하는 현실 세계보다 훨씬 더 공정한 방식으로 승부가 가려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선수에게나 출발선은 같다. 결승점도 같다. 그래야만 한다. 이번 발리예바 선수의 도핑 논란 속에서 피겨 선배인 김연아 선수가 남긴 짧은 글이 모든 것을 정리해준다. ‘도핑을 위반한 선수는 경기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이 원칙은 예외 없이 준수되어야 합니다.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합니다.’

김연아 선수의 글을 보는 순간, 필자의 머릿속은 그의 과거 모습으로 가득 차 버렸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그가 당했던 부당한 일들이 떠올랐고, 그런데도 품위를 잃지 않고 펼쳤던 원숙한 연기도 떠올랐다. 그에 앞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펼친 완벽한 연기는 김연아 선수 커리어에서도, 우리나라 겨울올림픽 역사에서도 가장 눈부신 장면이었다. 일장기와 캐나다 국기를 양옆에 두고 가장 높이 솟아오르던 태극기, 그 아래 대관식을 맞이한 여왕처럼 당당히 선 김연아 선수를 보며 느낀 전율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며칠 뒤, 필자는 바로 코앞에서 김연아 선수를 맞닥뜨리게 되었다.

국제경기를 취재하는 취재진은 경기 기간 중 국제방송센터(IBC)라는 건물에서 일한다. 밴쿠버 올림픽 취재진으로 한 달 정도 캐나다 출장을 갔던 필자도 그랬다.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김연아 선수는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스타였다. 경기가 끝나고 며칠 뒤, 국제방송센터가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김연아 선수의 방문 때문이었다. 평소 스포츠 담당이 아닌데 올림픽에 투입된 한국 취재진과 김연아 선수를 자주 볼 수 없는 외신 기자들도 잔뜩 흥분했다. “연아 킴 이즈 커밍!”이라는 소리가 방송센터 곳곳에서 들렸고 방송센터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모여들었다. 필자는 공연장에 쫓아다니던 10대 시절로 돌아가 조금이라도 더 그를 가까이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 속으로 몸을 던졌다. 마침내 김연아 선수가 등장했다. 실물을 눈앞에서 영접하고서야 깨달았다. 왜 그에게 ‘여왕’이라는 호칭이 붙었는지. 인사라도 건네려 했던 나는 얼어붙은 입을 떼지 못했다.

오늘 칼럼에서는 노래 대신 영상을 추천한다. 라이벌 아사다 마오 선수를 가볍게 누르며 세계신기록 연기를 펼쳤던 김연아의 밴쿠버 올림픽 경기 영상이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영화 <007> 주제곡을, 프리에서는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협주곡’을 음악으로 사용했는데 어떤 뮤직비디오도 이만큼 아름다울 수는 없다. 약물 논란으로 얼룩져버린 이번 올림픽 피겨의 개운치 않은 뒷맛을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꼭 찾아보기를. 이왕이면 감동의 시상식까지.

‘여왕’을 향한 찬사를 조금 더 이해해준다면,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2009년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영상이 있다. 다른 곳도 아닌 일본 도쿄에서 일장기를 양옆에 거느리고 가운데로 올라가는, 그 유명한 연지곤지 태극기를 볼 수 있다.

에스비에스 라디오 피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신라 맹꽁이의 1300년 전 미소를 보라..설연휴 박물관 나들이 전시 1.

신라 맹꽁이의 1300년 전 미소를 보라..설연휴 박물관 나들이 전시

아내를 물건 취급해온 역사, 동서양 다를 바 없었다 2.

아내를 물건 취급해온 역사, 동서양 다를 바 없었다

번잡한 일상 내려놓은 대도시의 매력 찾아…하루짜리 서울 여행 3.

번잡한 일상 내려놓은 대도시의 매력 찾아…하루짜리 서울 여행

백희나 원작 애니메이션 ‘알사탕’, 아카데미 단편 최종후보 4.

백희나 원작 애니메이션 ‘알사탕’, 아카데미 단편 최종후보

“나라 잃은 아버지 김건후의 모진 운명 더는 반복되지 않길” 5.

“나라 잃은 아버지 김건후의 모진 운명 더는 반복되지 않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