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관련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그것이 알고 싶어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야기를 펼치다 보면 쓸모 있는 범죄 잡학’이 필요하기도 하다. 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사건 현장을 목격하면 멋지게 범인을 추리할 수 있을까? 2명의 할아버지와 20대 백수.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세 사람이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으려고 뭉쳤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유쾌한 코믹 범죄 추리극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다.
오래전 드라마에서 경찰을 연기했던 찰스, 성공한 작품은 없지만 나름 브로드웨이 뮤지컬 감독이었던 올리버, 그리고 이모 집 수리를 위해 잠시 머무는 메이블. 이들은 뉴욕의 어느 고급 아파트에 살지만, 엘리베이터가 아니면 마주칠 일 없는 사이다. 어느 날 경보음이 울리고 주민들은 아파트 근처 술집에 모이게 된다. 그곳에서 동석한 세 사람은 자신들이 모두 실화 범죄 추적 팟캐스트 애청자임을 알고 기뻐한다. 경찰은 아파트에서 사망한 남자를 발견하고 자살로 종결짓는데, 세 사람은 살인사건임을 확신한다. 함께 범인을 추적하면서 자신들만의 범죄 추리 팟캐스트를 시작한다.
범죄 추리물이지만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는 시트콤에 가깝다. 독특한 캐릭터의 이웃들이 끝없이 등장하고, 어이없게 웃긴 상황들이 넘쳐난다. 두 할아버지의 직업이 배우와 뮤지컬 감독이었기에 불쑥불쑥 옛날 드라마와 뮤지컬 장면이 튀어나온다. 영화 <극한 직업>에서 통닭집이 어이없게 장사가 잘되던 것처럼 이들의 팟캐스트도 점점 구독자가 많아지고 ‘대박’이 난다.
코미디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진실은 하나씩 파헤쳐진다. 피해자의 방은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고, 아파트에서 사라진 사람도 없다. 이것은 완벽한 밀실 살인사건? 범인이 분명 아파트 주민 중에 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진실은 오직 하나! (코난처럼 이 말을 꼭 해보고 싶었다.) 용의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세 사람의 비밀도 하나씩 드러난다. 계속 생각나는 충격적인 첫 장면과 완벽한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곧바로 시즌2까지 이어서 보게 될 것이다.
두명의 할아버지는 스티브 마틴과 마틴 쇼트, 20대 젊은이는 설리나 고메즈가 연기한다. 설리나 고메즈는 아역부터 시작해서 배우, 가수로 성공했고 우리에게는 블랙핑크와 콜라보 곡을 발표해서 더욱 친근해졌다.
미국 원제는 ‘독점! 빌딩 살인’쯤으로 해석하면 된다. 드라마 속 세 사람이 만드는 팟캐스트의 제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트콤다운 우리말 제목인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우리에게 아파트라는 공간이 주는 묘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거리는 아주 가깝지만, 마음의 거리는 한없이 먼 이웃들. 비상구, 환풍구, 배수구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운명 공동체이기도 하다.
아파트는 주민들에게 모두 똑같은 공간을 제공하지만 그곳은 누군가에게는 천국이고 누군가에게는 지옥이다. 서로의 삶은 제각각인 그 사람들이 함께 뭔가를 해나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드라마 속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웃기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지금 당신이 사는 아파트의 이웃들은 모두 안녕한가요?
씨제이이엔엠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