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별세한 영화음악가 방준석.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 모던록의 선구자이자 영화음악가인 방준석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52.
방준석은 26일 오전 7시 위암으로 별세했다고 유족들이 전했다. 고인은 몇 년 전 위암 치료를 받고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2020년 가을 재발해 투병을 이어왔다.
1970년 한국에서 태어난 고인은 초등학교 시절 가족과 함께 칠레로 이민을 갔다. 이후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만난 이승열과 밴드 ‘유앤미블루’를 결성하고 1994년 한국에서 앨범을 냈다. 한국 최초의 모던록 앨범으로 일컬어지는 유앤미블루 1집 <나싱스 굿 이너프>(Nothing's Good Enough)다. 이어 1996년 2집 <크라이…아워 워너 비 네이션!>(Cry…Our Wanna Be Nation!)을 발표했다. 두 앨범 모두 당시엔 별 반응을 얻지 못했고, 결국 밴드는 1997년 해체했다. 두 앨범은 2000년대 들어서야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이름을 올리는 등 뒤늦게 재조명받았다.
유앤미블루 해체 이후 고인은 주로 영화음악가로 활동했다. 1997년 황인뢰 감독의 영화 <꽃을 든 남자>(1997) 주제곡에 참여하며 충무로에 발을 들인 이후 지난해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까지 60편 넘는 영화음악을 작업했다. <후아유> <…ing> <고고70> <베테랑> <신과함께> <백두산> 등이 대표작이다. 특히 이준익 감독과 여러 작품을 함께했다. 히트곡 ‘비와 당신’이 들어간 <라디오 스타>를 비롯해 <즐거운 인생> <사도> <박열> <변산> <자산어보> 등이다.
2005년부터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청룡영화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등 주요 영화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모가디슈>와 <자산어보> 음악으로 제30회 부일영화상, 제8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제41회 영평상, 제42회 청룡영화상 등을 받았다.
방준석(오른쪽)과 백현진이 결성한 프로젝트 듀오 방백.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영화음악가로 활동하면서 독창적인 음악 활동도 병행했다. 화가 겸 가수이자 요즘은 배우로 맹활약 중인 백현진과 결성한 프로젝트 듀오 ‘방백’으로도 꾸준히 활동했다. 국립국악원과 김태용 감독이 손잡고 만든 국악 공연 ‘꼭두’ 음악 작업에도 참여했다.
고인의 사망 소식에 동료 음악인과 영화인들의 애도가 잇따르고 있다. 배철수, 윤종신, 크라잉넛의 한경록 등 음악인들이 에스엔에스(SNS)에 고인의 사진과 함께 추도 글을 올렸다. 또 이준익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 등 고인과 함께 작업했던 영화인들도 추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8일 오후 3시30분이다. 장지는 미국 뉴욕주 켄시코 가족공원묘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