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 스틸컷.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2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의 축제 복원을 목표로 내걸고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전주 고사동 일대에서 열린다. ‘영화는 계속된다’는 슬로건 아래, 영화제의 상징적 공간인 전주돔과 전주 ‘영화의 거리’를 다시 조성해 개·폐막식을 진행하고 국내외 게스트를 대거 초청하는 등 코로나 확산 이전 수준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영화제에는 지난해보다 8개국 31편이 늘어난 56개국 217편(국외 123편, 국내 94편)의 영화가 내걸린다. 전주시내 5개 극장, 19개관에서 상영되며,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에서도 112편(국외 69편, 국내 43편)을 관람할 수 있다. 개·폐막식 예매는 13일 열렸으며, 일반 예매는 15일 오전 11시부터 영화제 누리집에서 할 수 있다. 다시 돌아온 영화 축제를 제대로 즐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프로그래머 추천작과 부대행사를 소개한다.
23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에리크 그라벨 감독의 <풀타임> 스틸컷.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은 개막작인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이다. 미국 단편소설 작가 알렉산더 와인스틴의 원작 <양과의 안녕>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가족처럼 지냈던 안드로이드 로봇 ‘양’의 인공지능 속에 남겨진 추억을 쫓아가는 공상과학영화다.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은 애플티브이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를 공동 연출해 이름을 알렸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시나리오 작가인 노다 고고의 이름을 변형해 예명을 만들었을 정도로 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깊은 애정을 피력해왔다. 세계적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영화음악을 맡은 점도 관람 포인트다.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주인공 제이크 역을 맡은 콜린 패럴은 인생 연기라고 해도 좋을 만큼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한국계 배우 저스틴 민 등의 연기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했다.
폐막작은 에리크 그라벨 감독의 <풀타임>이다. 프랑스 파리 근교에 살면서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의 이야기로,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비싼 집값 등 현실적인 내용을 담았다. 78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창동 감독의 단편영화 <심장소리> 스틸컷.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이창동 감독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도 마련됐다. 프랑스 알랭 마자르 감독이 만든, 이 감독에 관한 다큐영화가 세계 최초로 상영되며, 우울증을 주제로 한 이 감독의 단편 <심장소리>도 최초 공개된다. 학교에서 수업받다 왠지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혀 곧장 집으로 달려가는 8살 철이의 느닷없는 귀가를 단 하나의 테이크로 담아낸 작품이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주인공 소년을 쫓으며 진행되는 이 영화는 개인의 우울증과 함께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우울증의 원인까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별전에선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버닝> 등 이 감독의 전작 8편 모두를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화질로 볼 수 있다.
세르히 로즈니차 감독의 다큐영화 <미스터 란즈베르기스> 스틸컷.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작품성을 인정받은 국외 다큐영화들도 전주를 찾는다. 리투아니아 독립투쟁의 비화를 그린 세르히 로즈니차 감독의 <미스터 란즈베르기스>도 그중 하나다. 리투아니아 독립운동가 비타우타스 란즈베르기스는 1990년 소련 탈퇴를 선언하며 고르바초프에게 리투아니아의 주권 인정을 요구한다. 감독은 인터뷰와 아카이브 영상 자료를 결합함으로써 역사를 만든 한 남자의 초상을 매혹적으로 그려낸다. 문선경 프로그래머는 “이 작품의 진정한 울림은 동유럽을 지배하려는 러시아의 이기심이 불러온 전쟁이 30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데 있을 것”이라고 했다.
23회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전주영화제는 해마다 ‘제이(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를 선정해 그가 고른 작품들을 상영하고 관객과 소통한다. 올해는 연상호 감독이 선정됐다. 데이비드 린치의 <블루벨벳>, 구로사와 기요시의 <큐어>, 가타야마 신조의 <실종>을 상영작으로 고른 연 감독은 “세 영화가 각각 개성이 있지만 연결되는 점도 있어 함께 보면 새로운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연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과 영화 <부산행>도 상영된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