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정상화하는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한국 영화 <브로커>가 나란히 초청됐다.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는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됐다. 2019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 이어 한국 영화들이 또 한번 쾌거를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14일(현지시각) 제75회 영화제의 공식 초청작을 발표했다. 경쟁 부문에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선정됐다. <브로커>는 일본 거장 고레에다 감독이 연출을 맡았지만, 영화사 집이 제작하고 씨제이이엔엠(CJ ENM)이 투자·배급하는 한국 영화다. 한국 영화 두편이 동시에 경쟁 부문에 오른 건 2017년 이후 5년 만으로, 당시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나란히 초청받았다.
한국 영화 두편이 경쟁작에 선정되면서 올해 한국 영화들이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진다. 영화 <기생충>을 필두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등이 세계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며 ‘케이(K)-콘텐츠’에 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인 점도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 <스크린데일리>는 최근 주요 초청작 예상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박찬욱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작을 강력 후보로 꼽은 바 있다. 앞선 수상자에 대한 예우가 전통인 칸영화제인 만큼 칸에서 주요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박찬욱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칸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일본 감독으로 칸 경쟁 부문에 다섯번 이름을 올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로 심사위원상을, <어느 가족>(2018)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 역시 <올드보이>(2004)로 심사위원대상을,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을 받았으며, 2016년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다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난 후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정통 멜로영화. 박 감독의 전작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는 칸영화제 경쟁작으로 초청된 바 있다.
영화 <헌트>로 감독 데뷔하는 이정재. <한겨레> 자료사진
고레에다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익명으로 아기를 두고 갈 수 있게 마련된 베이비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이지은), 배두나, 이주영 등이 출연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지난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헌트>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으며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첩보 액션물.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이 칸영화제를 시작으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진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개최되지 못했던 칸영화제는 지난해엔 매년 열렸던 5월이 아닌 7월로 연기해 개최됐다. 올해 영화제는 내달 17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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