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022년이 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필자는 올해 가요계 최대 뉴스를 미리 예언할 수 있다.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입대 혹은 병역 면제. 벌써 수년 전부터 찬반양론이 팽팽했던 이슈이며 이 칼럼에서도 언급한 적 있다. 워낙 관련 뉴스가 많이 나와 있으니 찬반양론의 논거를 다시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느 쪽이든 올해 안에 결론이 난다.
현재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큰 업적을 세운 연예인(대중문화예술인)을 소위 ‘예술요원’으로 편입해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었다. 여야 의원들의 찬반이 엇갈려 통과가 잠정 보류되었고,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앞장서 관련 논의를 이번달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며칠 안 남았다.
방탄소년단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멤버는 1992년 12월생인 진(김석진)이다. 법에 따라 최대한 연기한 기한이 올해 12월31일이다. 막내 정국(전정국)이 1997년생이므로, 병역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동시 입대 혹은 연쇄 입대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 상황에서 필자가 좋아하던 래퍼 창모의 입대 소식이 전해졌다.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창모는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남양주 덕소에서 쭉 살아온 덕소의 아들이다. 왜 갑자기 동네 이야기를 하느냐면, 덕소라는 장소가 창모의 랩에 수도 없이 등장하는 중요한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릴 때 피아노를 전공해 버클리 음대에도 합격했으나 가난한 형편 때문에 유학을 포기하고 힙합으로 진로를 변경했고 몇년 만에 가장 성공한 래퍼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늘 칼럼에서 소개할 노래는 그의 첫번째 정규 앨범 <보이후드>에 수록된 ‘빌었어’이다. 이 앨범은 덕소에서 살던 가난한 집 아들이 래퍼로 성공하고 방황하고 다시 길을 찾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3년 전, 이미 40대 중반의 필자는 이 앨범을 듣고 전율했다. 창모처럼 가난했던 적도 없고 래퍼로 성공한 적도 없고 심지어 다 큰 아들이 있는 아저씨가 왜 감동받았을까? 이 지점이 바로 창모의 성취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랩으로 쏘아대지만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것이다. 첫 곡 ‘빌었어’는 동화를 들려주는 여성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옛날 옛날에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에서 자란 한 소년이 있었어요. 아이는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었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가득해 항상 웃음 짓던 소년이었죠. 어느 날 그 소년 앞에 금을 두른 부자가 나타났답니다.’
성공하고 싶어 몸부림치고 밤마다 하늘에 빌고 또 비는 소년의 노래 바로 뒤에 창모의 최고 히트곡 ‘메테오’(별똥별)가 이어진다. 이 곡의 후렴은 이렇다. ‘전국 사람들이 외치네. 저 괴물체는 뭘까? 메테오. 거대 메테오. 난 네게 처박힐 메테오야.’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은 따로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앨범의 첫번째 두번째 트랙으로 나란히 붙어 있는 이 두 곡은 꼭 이어서 한번에 들어보라고 강권한다. 힙합을 잘 모른다고 지레 귀 돌리지 마시고. 가사도 보면서 고개 까닥거리며 들으면 더 좋고. 뭉클한 감정과 청춘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기를. 다시 들어봐도 이 앨범은 걸작이다.
래퍼로서 승승장구하던 창모는 작년 말에 두번째 정규 앨범 <언더그라운드 록스타>를 발매하고 지난달에 입대했다. 별똥별마냥 단박에 처박히는 첫번째 앨범의 강렬함은 사라졌지만 깊이와 완성도는 감탄할 만한 수준이다. 앨범도 잘 만들었고 현역 입대도 잘한 일이다. 창모라면 군대라는 경험도 음악의 재료로 거두리라 믿는다.
창모의 입대 소식을 전하며 방탄소년단도 군대에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이 아니다. 필자는 병역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방탄소년단은 특례 대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현재의 병역법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반대 의견도 존중한다. 민감한 문제이니만큼 국민들의 찬반양론을 충분히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이 내려졌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여담을 적자면, 창모의 원래 이름은 구창모다. 예명을 따로 쓰지 않고 성까지 함께 래퍼 이름으로 정하고 활동하려 했지만 ‘송골매’ 출신의 원로 가수 구창모씨와 한자까지 똑같아서 성은 뗐다고. 필자는 구창모의 노래와 창모의 노래를 다 좋아하는데, 독자들에게는 어떤 창모가 더 익숙할지 모르겠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대 ‘메테오’, 당신이 아는 노래는?
에스비에스 라디오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