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독립적이며 자유로운 ‘싱글 라이프’를 꿈꾸지만 혼자 사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모든 집안일을 혼자 해결하는 것도 벅찬데 외로움과도 친해져야 한다. 그런데 여기 누구보다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사는 남자가 있다. 주먹밥과 된장국을 만들어 야무지게 챙겨 먹고 정리도 깔끔하고 생활도 규칙적이다. 그런데 이 남자, 5살이라고? 이게 무슨 일인가. 걱정이 앞서지만 그에 앞서 어떻게 사는지가 너무 궁금하다. 일본 <티브이(TV) 아사히>에서 만들고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는 드라마 <독거 소년 코타로>다.
만화가가 꿈인 35살 카리노는 허름한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천장도 낮고 옆집 사람의 말소리도 다 들린다. 우리의 아파트보다는 좋은 고시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1년 전 만화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만화를 그리지 못해 백수로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5살 꼬마 코타로가 이사 온다. 이사 선물로 각티슈를 주며 잘 지내보자는데, 황당하기 그지없다.
옆집에 아이 혼자 산다는 것.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치원도 가야할 테고, 무엇보다 이 아파트에는 욕실이 없어 근처 목욕탕에 가야 한다. 코타로가 집을 나서면 카리노도 은근슬쩍 따라나서게 된다. 혼자 갈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코타로에 발을 맞춰, 카리노가 멀찌감치 뒤에서 걷는 모습에서 이 드라마의 사랑스러움이 시작된다. 목욕탕에서 둘은 깨닫는다. 누군가의 머리를 감겨주는 게 정말 오랜만이구나.
이 아파트에는 이혼 뒤 아들을 만날 수 없는 건달 아저씨 타마루와 술집에서 일하는 미즈키도 산다. 모두 자신의 삶도 힘겹지만 코타로가 신경 쓰이기는 마찬가지다. 이 몸은 혼자라도 괜찮소. 코타로는 항상 옛날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말투로 말한다.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을 따라하는 건데 자기 안에서 유행 중이란다. 코타로의 어른스러운 말투는 나이는 많지만, 아직 완벽한 인생이 무엇인지 답을 찾고 있는 이웃들과 더욱 대비된다. 결국 <독거 소년 코타로>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가는 과정인 동시에, 상처 있는 어른들의 공동육아 보고서다.
그렇다면 코타로는 왜 혼자 살게 된 걸까? 무슨 돈으로 살고 있는 걸까? 코타로의 과거가 조금씩 공개되면서 그를 쫓는 탐정과 변호사가 등장하는데, 이들 역시 한없이 무해하다. 코타로가 자신을 안아주는 미즈키의 얼굴이 뜨거운 걸 느끼고 서둘러 차가운 음료수를 주면서 “많이 운 다음날에는 눈을 차갑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장면은 좀 슬프다. 우는 어른들을 많이 봐온 사람만 알 수 있는 경험에서 나온 상식이기 때문이다. 5살이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픈 상식이다.
카리노 역의 요코야마 유는 인기 아이돌 칸쟈니8(간자니8)의 멤버이고, 미즈키 역의 야마모토 마이카는 우리 영화 <써니>의 일본 리메이크작에서 강소라가 맡은 ‘춘화’를 연기했다. 원작인 쓰무라 마미의 만화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이 또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설정은 같지만 내용은 조금씩 달라서 모두 보는 것도 추천한다.
코타로 덕분에 이웃들의 삶도 조금씩 변화한다. 카리노의 만화 실력도 점점 늘어간다. 이야기는 재미있으나 그림이 어설프고 주변 인물 묘사가 서툴다는 지적을 받던 카리노는 골방에서 벗어나 이웃들을 제대로 마주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나간다.
더 잔인하게 더 많이 죽이고 속이는 이야기가 가득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오티티·OTT)에서 가끔은 이런 끝없이 다정하며 한없이 무해한 이야기에 빠져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5살 코타로의 방보다 훨씬 더 엉망인 내 방을 좀 치우고 나서 본다면, 한심한 느낌은 덜 것이다.
씨제이이엔엠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