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가 지난해 10월5일 유튜브로 열린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4인조 걸그룹 에스파가 한 고등학교 행사에 참석했다가 행사 참가자들한테 성희롱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했다. 학교 쪽은 공개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팬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에스파는 지난 2일 ㄱ고등학교 개교 101주년을 맞아 이 학교 동창회가 주최한 기념식에 참석해 축하 무대를 꾸몄다. 해당 학교는 에스파의 소속사인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모교이기도 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스엔에스·SNS)에 공개된 사진과 영상을 보면, 이날 공연은 통제가 되지 않는 무질서한 모습이었다. 일부 학생들이 무대에 난입하는가 하면, 공연을 마친 뒤에도 에스파는 인파 속에서 멤버끼리 손을 잡으며 간신히 차로 걸어갔다. 학생들은 에스파 멤버들한테 최대한 밀착해 카메라를 들이댔고, 손을 잡으려고 시도했다. 개인 블로그에는 “학생들이 멤버들을 향해 손을 뻗으니 선생님이 ‘그러다가 성추행 신고당한다’고 말했다”는 등의 목격담도 나돈다. 일부 학생들은 이런 현장을 촬영한 사진에 선정적인 문구를 달아 에스엔에스에 올리고 퍼 나르고 있다. 멤버의 뒷모습을 근접 촬영한 사진에 ”만지는 거 빼고 다했다”는 글을 새겨놓고, 다른 멤버의 사진에는 더 심한 단어도 써놨다.
걸그룹에 달려드는 학생들을 통제하지 못한 학교와 함께, 아티스트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은 소속사에 대한 비판도 쏟아진다. 에스엔에스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관계자 한 명이 멤버 네명을 보호하고 있다. 연예인들이 행사에 참석할 때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호원을 대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학교도 소속사도 에스파의 안전에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 인다. 무엇보다 이 프로듀서가 자신의 모교에 소속 가수들을 보내 공연하게 한 행위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누리꾼은 “동창회가 마련하는 이 행사에는 매년 에스엠 가수들이 노래했다고 한다. 공과 사를 구분 못 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ㄱ고등학교는 파장이 커지자 “에스엠과 에스파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을 사과한다”면서도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니라 출입을 못 하게 하자 외부인이 악의적으로 글을 게재한 것 같다”는 식의 사과문을 냈다가 또 한 번 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그 뒤 2차 사과문에서 “공연 질서 유지에 노력했으나 일부 학생들의 공연 관람이 성숙하지 못했고, 행사가 끝난 후 에스엔에스에 공연 사진과 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킨 것 같다”며 “학교에서는 곧바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공연 관람 예절과 사이버 예절 및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시행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재차 사과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