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강수연 당시 집행위원장이 결산 기자회견을 하며 발표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영화제 회복성장세를 확인했고, 부산영화제 주인이 관객과 영화라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산/연합뉴스
한국 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계 ‘큰 별’인 배우 강수연씨가 7일 오후 3시께 별세했다. 향년 55.
강씨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사흘째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예후가 좋지 않아 가족과 소속사 측은 수술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경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영화계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영화인장 장례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2층 17호에 차려졌다. 조문은 8일부터 가능하며 발인은 11일이다.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3살 때 동양방송 전속 아역배우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1976년 이혁수 감독의 <핏줄>로 영화계와 처음 인연을 맺은 그는, 영화 <깨소금과 옥떨메>(1982)와 같은 하이틴물에 주로 출연했다. 특히 1983년부터 3년 동안 방영된 <한국방송>(KBS) 드라마 <고교생 일기>는 손창민과 그를 일약 청춘스타로 만든 작품. 당시 그는 드라마 촬영으로 인해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기도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1987년 개봉해 그해 흥행 1위를 기록한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스틸컷. 한겨레 자료사진
1985년 영화 <고래사냥2>로 성인 배우로서 첫 활동을 시작한 고인은 1987년에 개봉한 이규형 감독의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로 자신의 배우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1987년의 시작을 알렸다. 박중훈과 함께 출연한 이 영화는 26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한국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한 것. 연이어 출연한 송영수 감독의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1987)로 12만4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그는 같은 해 대종상 여자 인기상과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수연을 월드 클래스급 배우로 만든 것은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영화 <씨받이>(1987)였다. 이 영화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고인은 한국 배우 최초의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이라는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그의 나이 스물한살 때의 일이다. 삭발 투혼을 펼치며 임 감독과 다시 작업한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고인은 명실상부한 ‘월드스타’가 됐다.
배우 강수연을 월드 클래스급으로 만든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1987) 스틸컷. 한겨레 자료사진
이후 고인은 박광수 감독의 <베를린 리포트>(1991), 장선우 감독의 <경마장 가는 길>(1991), 이현승 감독의 <그대 안의 블루>(1993) 등의 영화에서 1980년대와 달리 세련되면서도 도회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인물을 연기하며 영화 세계를 확장했다. 강수연으로 대표되는 솔직발랄한 현대 여성의 이미지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와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같은 작품에서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이어졌다.
박종원 감독의 영화 <송어>(2000)로 도쿄국제영화제 특별상,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등을 수상했던 고인은, 2001년에는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주인공 정난정 역할로 출연해 오랜만에 브라운관 복귀를 알렸다. <여인천하>는 최고 시청률 35.4%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같은 해 전인화와 함께 ‘에스비에스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강수연은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의 상징이었다.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 스틸컷. 한겨레 자료사진
2011년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를 끝으로 상업영화 활동을 중단했던 고인은 연기보다 대외적인 활동에 집중해왔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공동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하며 영화계 발전에 이바지했다. 영화계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영화인장 장례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영화인 김지미, 박정자, 박중훈, 손숙, 신영균, 안성기, 이우석, 임권택, 정지영, 정진우, 황기성이 고문을 맡았다.
올해에는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정이>로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지구에 살 수 없게 된 인류가 피난처로 만든 곳에서 내전이 일어나자 이를 해결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로, 강씨는 주인공 뇌 복제 로봇 연구소 팀장 역을 맡았다. 2013년 개봉한 <주리> 이후 8년 만에 복귀작이 생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유족으로는 강성원, 강지원, 강수경씨 등이 있다. 장례는 3일장으로, 조문은 5월8~10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가능하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지하 2층 17호, 발인은 11일(시간은 추후 공지) 열릴 예정이다.
지난 2017년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활동하던 강수연 당시 집행위원장 모습. 부산/연합뉴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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