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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김용균·세월호 아이들, 여기 있다 믿어…죽음 앞둔 아빠 무서워말길”

등록 2022-05-08 17:40수정 2022-05-09 02:30

<D.P> 조현철 ‘백상’ 수상소감 화제
투병 중인 부친 응원하며 ‘사회적 죽음’ 소환
백상예술대상 제공
백상예술대상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D.P.)에서 ‘조석봉’을 연기해 지난 6일 제58회 ‘백상예술대상’ 남자조연상(티브이 부문)을 받은 배우 조현철의 수상 소감이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날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무대에 오른 조현철은 “투병 중인 아버지한테 용기를 드리고자 잠시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운을 뗀 뒤, 아버지를 향한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아빠가 눈을 조금만 돌리면 마당 창밖으로 빨간 꽃이 보이잖아. 그거 할머니야. 할머니가 거기 있으니까 아빠가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죽음이라는 게,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냥 단순히 존재 양식의 변화인 거잖아….”

그는 이어 세월호 참사·학교폭력·환경오염 등으로 희생된 ‘사회적 죽음’들을 소환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첫 장편영화였던 <너와 나>라는 작품을 찍으면서 나는 분명히 세월호 아이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그리고 그 영화를 준비하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에게 아주 중요했던 이름들, 박길래 선생님, 김용균군, 변희수 하사… 이경택군… 세월호의 아이들… 나는 이들이 분명히 죽은 뒤에도 여기 있다고 믿어. 그러니까 아빠 무서워하지 말고 마지막 시간 아름답게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박길래 선생님”은 서울 상봉동 연탄공장 주변에서 거주하다 진폐증을 얻자 기나긴 싸움 끝에 1989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공해병 환자’로 법적 인정을 받은 인물이다. 2000년 세상을 떠난 고인은 ‘검은 민들레’라 불리며 한국 반공해운동사의 상징이 됐고, 조현철의 큰아버지인 고 조영래 변호사와 투병 중인 조현철의 아버지 조중래 명지대 명예교수가 이 법정 투쟁에 함께했다.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노동자 “김용균군”은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의 원동력이 됐으며,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전역을 당한 뒤 차별에 맞서다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는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이경택군”은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그의 고등학교 후배다.

세월호 참사에 영향을 받아 저예산 장편영화 <너와 나>를 연출했던 조현철은 <디피>에서도 군 폭력 피해자였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의 이날 수상 소감은 사회의 부조리와 집단적 은폐가 개인을 어떻게 죽음으로 몰고 가는지에 집중해온 이전 작품들과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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