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회 칸국제영화제가 17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 동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다. 16일(현지시각) 영화제 광고판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칸/AP 연합뉴스
지상 최대의 영화 축제가 돌아온다.
올해로 75회째를 맞는 칸국제영화제가 17일 오후 7시(이하 현지시각) 프랑스 동남부 휴양도시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오는 28일까지 12일 동안 열리는 칸영화제는 앞서 두 차례 행사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연기되는 등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하다가 3년 만에 제 궤도를 찾았다.
세계 3대 영화제 중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영화제의 올해 개막작은 2012년 <아티스트>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개 부문을 석권한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좀비 코미디 <파이널 컷>이다. 무엇보다 올해 칸영화제의 관전 포인트는 경쟁 부문 후보에 오른 한국 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의 수상 여부다. 두 영화를 비롯해 21편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루게 된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헤어질 결심>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고 박해일·탕웨이가 주연한 <헤어질 결심>은,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난 뒤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품으며 펼쳐지는 수사 멜로물이다. 칸영화제에서 <올드보이>(2004)로 심사위원대상,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 감독은 2016년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네번째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는 일본인 감독이 연출했지만, 송강호·강동원·배두나·이지은(아이유)·이주영이 주연하고 영화사 집이 제작한 한국 영화다. 한·일 양국에서 사회적 문제가 된 베이비박스를 소재로 각본을 쓴 고레에다 감독은,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다. 송강호는 지난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레드카펫을 밟은 것을 포함해 일곱번째로 칸의 초청을 받았다.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는 각각 23일과 26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이들 영화 외에도 경쟁부문에는 다르덴 형제 감독의 <토리와 로키타>,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R.M.N>,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 등 기존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의 작품들이 진출했다. <아마겟돈 타임>의 제임스 그레이 감독, <미래의 범죄>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 등은 첫 황금종려상에 도전한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 지난해 황금종려상 수상작 <티탄>의 배우 뱅상 랭동이 맡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한국 영화 <브로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인 첩보 액션 영화 <헌트>도 칸의 초청장을 받았다. 장르 영화를 심야 상영하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20일 0시 최초 공개되는 <헌트>는, 이정재와 정우성이 <태양은 없다>(1999) 이후 20여년 만에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이정재와 정우성은 <헌트>에서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는 라이벌 관계의 안기부 요원을 연기했다.
정주리 감독이 연출하고 배두나가 주연한 <다음 소희>는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2014년 <도희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정 감독의 신작이다. 배두나는 <브로커>까지 두 작품 모두에서 형사 역을 맡아 칸에 가게 됐다.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해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에 위촉됐다.
문수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각질>은 단편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 밖에 김선영·오광록 등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고 프랑스 감독이 연출한 영화 <올 더 피플 아일 네버 비>(ALL THE PEOPLE I’LL NEVER BE)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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