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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몇 번에서 해요?” 10% 돌진하는 시청률, 이 OTT 시대에

등록 2022-07-15 13:12수정 2022-07-27 12:17

<우영우> 시청률 0.9%에서 출발해
4회만 4%대, 6회 9%대 고공 행진
시청자들 낯선 채널 번호 공유 활발
“살다살다 ENA 채널을 볼 줄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제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볼 수 있는 채널 번호 좀 공유해주세요!”

“<이엔에이>(ENA) 틀어놓고 방송 대기 중입니다. 살다살다 이 채널을 볼 줄은 몰랐네요.”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본방송을 앞둔 수요일과 목요일 밤 9시가 다가오면, 온라인 커뮤니티, 포털 드라마톡,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시끌시끌해진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는 목소리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자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건 방송 채널 번호를 묻고 답하는 대화다. 채널 번호를 모은 이미지 파일을 아예 고정 댓글로 만들어 ‘공지’로 올려둔 곳도 많다.

시청자들이 방송 채널 번호부터 알아내야 하는 이유는, <우영우>가 채널 인지도가 높지 않은 <이엔에이>에 편성됐기 때문이다. <이엔에이>는 케이티(KT)그룹의 계열사 스카이라이프티브이가 가진 7개 채널 가운데 하나다. 원래 <스카이>(SKY)라는 채널 이름을 썼는데, 올해 4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와 디엔에이(DNA)를 더한 <이엔에이>로 바꿨다. <우영우> 제작에 케이티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케이티스튜디오지니가 참여하면서, 케이티계열 케이블·위성, 인터넷티브이(IPTV) 채널에서 선보이게 됐다.

시청자들의 자발적 ‘채널 번호 공유’에 힘입어, <우영우> 시청률은 극적으로 상승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달 29일 첫 회 시청률 0.9%로 출발했는데, 2회 1.8%, 3회 4%, 4회 5.2%로 급등하더니, 지난 13~14일 방송분은 9%대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 현재 같은 상승세라면 두자릿수 돌파는 시간문제다.

&lt;이상한 변호사 우영우&gt; 시청률 추이.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미지 출처는 게티이미지뱅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시청률 추이.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미지 출처는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시청률 고공 행진은 채널 인지도를 떠나서도 매우 드문 일이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실시간 채널에서 본방송으로 즐기는 ‘본방사수’ 시청 행태 자체가 옛말이 되고 있기 때문. 인터넷티브이(IPTV)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가 널리 퍼지면서, 방송 콘텐츠 소비 패턴은 크게 달라졌다. 방송사가 정한 편성표에 맞추는 대신,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방송 콘텐츠를 즐기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우영우>는 시청자들을 다시 방송사 편성 시간에 맞춰 티브이 앞에 자리하도록 만들었다. 본방송을 마치고 1시간30분이 지나면 오티티 넷플릭스와 시즌에 공개되는 상황인데도 그렇다. 한 시청자는 <한겨레>에 “5회까지 넷플릭스로 시청하다가 6회부터 이엔에이 채널을 찾아 본방송을 본다”며, 그 이유로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본방송이 끝나자마자 유튜브, 포털 등에 그날 에피소드 관련 내용이 많이 올라온다. ‘스포’(방송을 아직 보지 않은 사람에게 주요 내용을 알려서 재미를 떨어뜨리는 일을 의미)를 당하지 않고 싶어서 본방송을 찾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집에 티브이가 없는 젊은 시청자가, <우영우>를 보기 위해 티브이가 있는 부모님 집을 일부러 방문했다는 후기도 찾아볼 수 있다. 본방송이 끝난 뒤에도 “지금 바로 O번으로 가시면 재방송 볼 수 있어요!” 같은 재방송 채널 번호, 재방송 편성표까지 공유되고 있다.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콘텐츠의 힘이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박은빈)가 대형 로펌에 입사해 동료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휴먼 법정물이다. 높은 출연료를 받는 ‘한류 스타’들은 한 명도 출연하지 않는다. 전작인 영화 <증인>에 이어 자폐 스펙트럼 장애, 법정물을 섬세하게 다룬 문지원 작가의 대본, 주연을 맡은 박은빈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연기, 다양한 컴퓨터그래픽(CG)을 적절히 동원하는 연출 등이 골고루 호평받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극히 일부인 천재성을 강조하는 한계가 있지만, 시청자들은 모처럼 등장한 ‘선한 드라마’라는 데 호응하고 있다. 김지현 이엔에이채널 콘텐츠마케팅팀장은 <한겨레>에 “<우영우> 한 회 방송시간이 광고 포함 70~75분가량인데, 데이터를 보면 시청자들이 평균 40분 이상 채널에 머무는 것으로 계산된다. 보통 시청 지속 시간은 10분 미만”이라며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이 공유하는 &lt;우영우&gt; 채널 정보 이미지
누리꾼들이 공유하는 <우영우> 채널 정보 이미지

<우영우> 인기몰이는 시청률 외에도 화제성, 시청시간 등의 기록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우영우>는 굿데이터 티브이화제성 연구팀이 발표한 7월 1주차 티브이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우영우>의 화제성은 방송 첫 주에 견줘 197% 증가한 점수를 받았는데, 같은 조건에서 최고 기록을 보유했던 <스물다섯 스물하나>(티브이엔)의 154% 증가를 앞지른 것이다. 넷플릭스가 공식 발표하는 시청시간 순위에서도 <우영우>는 7월 2주차(4~10일) 비영어권 티브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우영우>의 시청 시간은 2395만에 달했다. 2위는 멕시코 드라마 <컨트롤 제트(Z)> 시즌 3(1808만 시간), 3위는 <종이의 집> 한국판(1563만 시간) 순이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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