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를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우영우’ 때문이다. ‘이상한 변호사’에 빠져 있다 보니 수·목요일이 지나면 버티기가 힘들었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변호사한테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법정 드라마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낮다. 치열한 논쟁과 진실을 추적하는 긴장감이 있고 무엇보다 다양한 인생과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주인공 캐릭터가 무척 중요하다. 여기 우영우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또 다른 ‘이상한 변호사’가 있다. 지난 5월 공개한 미국 드라마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다.
미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형사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뒤 고통을 잊으려고 진통제를 먹다가 중독됐다. 이후 모든 인연을 끊고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망한 변호사인 친구의 유언으로 변호사로 복귀하게 된다. 친구의 법률 사무소를 대신 맡게 된 것이다. 폐인의 삶에서 갑자기 변호사가 된 미키. 친구가 맡고 있던 산더미 같은 사건들을 재빨리 파악하고 하나씩 처리해야 한다. 미키는 다시 예전처럼 일하려고 커다란 링컨 차를 끌고 나온다. 링컨이라는 브랜드의 대형차는 상류층을 상징하는 느낌이지만 미키에게는 그저 일의 효율을 높여주는 달리는 사무실이다. 하지만 친구의 죽음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얻게 된 약물 중독자 미키는 해당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이기도 하다.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이클 코널리의 소설이 원작이다. 이 소설은 미국에서 무려 21주 동안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제작은 ‘천재 각본가’로 불리는 데이비드 E. 켈리가 맡았다. 소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1권은 영화로 만들어졌고, 이번 시리즈는 2권의 내용을 담았다. 마이클 코널리는 로스앤젤레스의 형사와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범죄 수사물을 많이 썼다. 또 다른 MCU즉 ‘마이클 범죄 유니버스’가 있는 셈이다.
이 드라마는 <우영우>와 닮은 점이 있다. 미키도 우영우처럼 남들이 보지 못하는 다른 가능성을 찾아낸다. 친구가 남긴 사건 중에서 아이티(IT)업계의 거물 트레버가 아내와 그의 내연남을 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가장 크다. 트레버는 결백을 주장한다. 흉기로 쓰인 다리미를 보고 많은 이들이 아내의 살인미수를 생각할 때 우영우가 다른 가능성을 찾아냈던 것처럼, 미키도 여러 증거가 트레버를 범인으로 지목할 때, 내연남의 주변 인물들로 재판의 중심을 바꿔버린다.
미키는 승소를 위해서는 진실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다. 흉악범죄도 무죄를 받아내려고 최선을 다한다.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든다. 우당탕탕과 권모술수가 합쳐진 느낌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묘미는 그럼에도 진실을 외면했던 미키가 결국 사건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데 있다. 미키는 말한다. “로스쿨에서는 잘 굴러가는 법과 제도가 존재한다고 배웠지. 그런데 현실에 나왔더니 난장판인 거야. 모두가 꿍꿍이가 있고 모두가 거짓말을 해. 조금 지나니까 내가 세상에 도움이 되나 싶더라.” 우영우가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대사다.
한바다의 정명석 변호사 팀처럼 미키 주변의 사람들은 다정하고 무해하다. 큰 사건에 집중하지만 소소한 사건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리고 소소한 사건의 의뢰인들이 큰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두번 이혼한 미키의 전처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미키를 돕는다. 핸드폰에 첫번째 부인과 두번째 부인으로 저장된 모습에서 남다른 미국의 스케일(?)도 느낄 수 있다.
박상혁 씨제이이엔엠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