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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종교적 열정이 극단주의로 변질되기까지

등록 2022-09-17 16:29수정 2022-09-17 16:35

[박상혁의 OTT 충전소]
디즈니플러스 ‘천국의 깃발 아래’
디즈니플러스 제공
디즈니플러스 제공

우주를 탐험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계시와 예언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엔 아직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확실한 세상에서 뭔가를 확신하고 믿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일 수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7부작 미국 드라마 <천국의 깃발 아래>를 보면 더욱 이런 생각이 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1984년 미국 유타주의 평범한 가정집에서 브렌다와 그의 15개월 된 딸이 살해된다. 유타주는 모르몬교로 알려진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교회의 본산이다. 브렌다와 앨런은 ‘유타주의 케네디 가문’이라 불릴 정도로 존경받는 래퍼티 가문 사람들이다. 사건을 파헤치는 젭 형사 역시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다. 그는 수사할수록 살인 사건이 래퍼티 가문 남자들과 연관이 있다고 의심한다. 또 다른 형사 타바는 아메리칸 인디언 파이우트족 출신이다. 드라마는 인종, 종교, 배경이 전혀 다른 두 형사를 배치해 종교적 의미가 있는 사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했다.

보통 범죄물은 범인이 누구냐를 알아내는 게 중요한데, 이 작품은 이 사건이 왜 일어났느냐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봐도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유지된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디즈니플러스 제공

드라마는 모르몬교에 대해 제법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극단주의자들은 주변의 반대를 종교적 핍박으로 여기고 외부인에 맞서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자신들을 선지자들이나 순교자들과 동일시한다. 신과 함께하면 불가능은 없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극단주의 종교는 전체주의와 동일한 원리로 작동된다. 극단주의자들은 종교적 가르침에서 역사적 배경과 전체적 맥락을 배제한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며 ‘좋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려 한다. 그래서 세금에 반대하고 공권력에 저항한다. 모르몬교의 일부다처제는 신의 뜻이며 여자들은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 “사람의 법과 천국의 법이 충돌하면 천국의 깃발 아래 모여 맞설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앤드루 가필드, <아바타>의 샘 워딩턴, <우주전쟁>의 데이지 에드거존스 등 출연 배우들이 엄청나다. 특히 형사로서 정의감과 신자로서 믿음 사이에서 고민하는 ‘스파이더맨’의 연기는 세심하고 묵직하다. 앤드루 가필드는 이 작품으로 이번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티브이(TV)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종교의 ‘불편한 진실’을 다뤘지만 신앙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불편하지 않다. 이 드라마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더스틴 랜스 블랙 역시 모르몬교 신자다. 드라마는 모르몬교의 탄생과 역사를 현재의 인물들과 교차하면서 선지자들의 가르침이 어떻게 극단주의로 변질되고 결국 살인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천국의 깃발 아래>는 매우 보편적인 드라마다.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범죄수사극이 종교와 역사를 넘나드는 걸작으로 변신한 진짜 ‘기적’을 만끽하기 바란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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