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문화재보수지원금을 지자체를 통하지 않고 사찰에 바로 몰아줘 편법지원 의혹이 불거진 전남 강진 월남사터의 삼층석탑 전경. 문화재청 제공
나라 예산을 받아 각 지역의 국가지정 보물을 관리하는 주체는 지방자치단체라고 문화재보호법에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경북 상주나 전남 강진 등 일부 지역에서는 현지 지자체가 활용해야 할 예산을 민간 사찰 관계자들이 직접 현금으로 지원받는 탈법적 관행이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문화재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전날 <한겨레>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가 보물인 경북 상주 중촌리의 석조여래입상과 석조여래좌상, 전남 강진 월남사터의 삼층석탑과 진각국사비 부근에 후대 들어선 사찰들(상주 용화사와 강진 월남사)이 지난 5년 동안 3억4000만원, 64억5000만원의 국가 예산을 각각 지원받아 지자체 대신 보수 정비사업을 벌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 훈령인 ‘문화재보수정비 국고보조사업 운영관리 규정’을 보면 국유문화재 대상 사업은 문화재청을 대리해 지자체만 국가 예산을 받아 발주, 집행하게 되어 있다. 사찰이 지자체를 대행해 관련 사업을 하는 것은 법규 위반이다. 월남사의 경우 옛 절터의 국가보물들과 연관성이 희박한 주불전·요사채 건립, 정보센터 설계 등 절집 신축에 22억여원의 국비·지방비를 보수정비 명목으로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 의원은 이런 내용들을 근거로 지자체가 빠지고 용화사, 월남사가 경내의 국가문화재 수리보수 정비 예산을 직접 발주한 이유와 위탁관리까지 하게 된 배경을 따졌다. 그는 “강진군과 상주시가 문화재관리권 위탁계약도 없이 국가 예산을 두 사찰에 내주며 지원하다 최근 논란을 빚자 슬그머니 위탁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법적 근거 없이 수십억대 예산을 직접 지원한 문제에 대해 문화재청은 어떻게 할 것인지 견해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 쪽은 이에 대해 “지역 문화재 전문가가 빈약한 지자체의 열악한 관리 상황에서 일어난 사례로 법 규정에 어긋난 부분은 바로잡고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