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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작은 아씨들’ 엄지원, 입꼬리 슬쩍 올리자…‘여성 빌런’이 탄생했다

등록 2022-10-11 14:55수정 2022-10-12 09:48

‘잔혹한 인형놀이’ 즐기는 원상아역 연기 호평
종영뒤 인터뷰 대신 작품관련 일문일답 공개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원상아역을 맡았던 엄지원.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원상아역을 맡았던 엄지원.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9일 종영한 드라마 <작은 아씨들>(티브이엔)은 김고은(오인주)과 엄지원(원상아)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했다. 특히 이들이 강하게 부딪힌 마지막 회 원상아의 집 지하실 장면에서는 세트와 배우의 동선 등이 한 편의 연극 무대를 떠올리게 했다. 명장면을 꼽으라면 8회 원상아와 오인주의 싱가포르 아파트 신이다. 노란 원피스를 입고 오인주를 뒤쫓던 인물. 시청자도 깜빡 속았던 이 장면에서 원상아가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흐른다. 이 드라마의 결정적 장면이다. 드라마 흐름이 한 차례 바뀌고, 원상아와 오인주 사이 비밀이 드러난다.

이 대목에서는 무엇보다 잔혹한 ‘인형 놀이’를 즐기는 원상아를 제대로 만날 수 있다. 원상아는 화영 언니(추자연)가 살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오인주에게 말한다. “정말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바보 같아. 시체도 봤으면서.” 그러면서 ‘너 역시 죽는다’는 이야기를 발랄한 표정으로 내뱉는다. 살인에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진 않는, 재미로 사람을 죽이는 원상아를 엄지원은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표정과 목소리 톤 등 미세한 변화로 소화해냈다. 마지막 회에서 스프링클러 리모컨을 누를 때의 표정은 드라마 종영 뒤부터 지금까지 에스엔에스(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회자되고 있다. 원상아는 <작은 아씨들>에서 사실상 가장 다양한 감정 변화를 보여준 인물이다. 그리고 엄지원은 연기로 ‘여성 빌런’도 이렇게 입체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드라마가 끝난 뒤 엄지원은 기자들과의 인터뷰 대신, 소속사를 통해 언론사에 ‘일문일답’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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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원상아역을 맡았던 엄지원. 티브이엔 제공

―<작은 아씨들> 종영 소감은?

“지난 3월 촬영을 시작해서 6개월을 '원상아'와 함께 보냈다. 상아를 그리고 찾아가는 여정이 보물찾기하는 아이처럼 즐겁고 행복했다. 작품의 완성은 봐주시는 여러분들이기에, <작은 아씨들>을 사랑으로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작은 아씨들>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어 저 또한 행복했다.”

출연 계기는?

“대본을 처음 받고 4부까지 읽었다. 일단 대본이 재밌었다. 상아가 1~2부에 거의 나오지 않는데, 분량은 많지 않지만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내가 상아를 맡게 되면 ‘다양하게 그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부 이후로 완전히 다른 상아의 모습이 나왔고, ‘이 작품을 놓쳤으면 아쉬웠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작품은 악역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상아도 미스터리한 내면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롤을 세분화했을 때 악역이라면 악역이지만 ‘빌런’에 가까운 다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엄지원이 생각하는 ‘원상아’는 어떤 인물인가?

작가님이 ‘지원씨가 상아의 마음 구조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배우인 것 같았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극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상아의 감정과 마음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과거 여러 사건과 상황들로 삐뚤어지게 되면서 일반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감정과 사고를 가졌지만, 태생적인 순수함, 사랑스러움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외적이나 내적으로 준비하거나 중점을 둔 부분은?

외적으로 상아를 준비하면서 굉장히 재밌었던 건 의상이었다. 세트가 좋기도 했지만, 인물들에게 특정 색채를 지정해 줬다. 상아한테는 블루와 보라 느낌의 색채를 줬고, 이를 토대로 스타일리스트 팀과 디벨롭시켰다. 8부 엔딩에서 상아의 의상은 노란빛, 닫힌 방에서는 붉은 계열, 난실에서는 블루 계열 등 특정 장소에서 색깔을 부여받은 장면들이 있었다. 옷이 한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는데, 그래서 옷은 가능한 색에 맞추고 하이 쥬얼리를 사용해서 상아의 고급스러움을 유지했다.

내적으로는 상아는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의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스케줄상 6부 촬영을 마무리하기 전에 12부 마지막 장면인 상아의 최후를 먼저 찍었다. 촬영 당시에는 엔딩을 먼저 찍는 게 부담됐지만, 사전에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이후 상아라는 인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한편으로는 실제 마지막 촬영으로 그 장면을 찍었으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작가님이 전체 리딩을 할 때 배우들에게 가능하면 대사를 토씨대로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연기할 것을 부탁하셨다. 모든 배우가 그렇지만 엄청난 양의 대사를 부여받는 장면에서 말의 토씨 하나가 미묘하게 상아라는 사람을 설명해주고 있어서 상아를 더 가깝게, 깊이 느끼게 된 것 같다. 어투 안에 있던 상아의 마음 구조를 찾아가는 것도 재밌었고 좋았다.”

티브이엔 제공
티브이엔 제공

애착이 가는 장면이나 인상에 남는 장면은?

“전체적으로 신경 썼던 건 8부였다. 상아의 터닝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촬영 당시 편도염에 걸려 몸이 매우 아팠다. 중요한 장면인데 급하게 병원에 갔다 오고 약을 먹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힘들게 찍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또 11부에 (박)재상(엄기준)을 죽이고 ‘당신은 왜 나랑 결혼했어? 난 당신을 위해 안 죽을 건데’라며 재상과 이별하는 장면은 가장 마음이 아팠다.”

――약 6개월 동안 역대급 ‘빌런’으로 지냈다. 후폭풍은 없나.

“유독 이번 작품에서 감정이 센 장면들이 많았는데 촬영이 종료되고 내상을 입진 않았다. 배우를 오래 하다 보니 캐릭터를 빨리 떠나보내는 것에 단련되었다. 연애가 끝나면 그 사람을 보내주는 것처럼 건강한 배우가 되기 위해 빨리 보내주는 훈련도, 노력도 많이 했다. 또 그것이 인간 엄지원에게도 좋다. 촬영이 끝나고 여러 가지 취미 생활, 운동도 많이 하면서 캐릭터 떠나보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은 아씨들>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나.

“함께했던 배우, 스태프들 모두의 합이 가장 잘 맞았던 작품.”

<작은 아씨들> 애청자들에게 한마디.

“<작은 아씨들> 시청자분들께 가장 감사한 마음이다.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 드라마를 보고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을 때 보람을 느낀다. 이번 작품은 특히 많은 시청자분이 사랑해줘서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상아도 밉지만 미워할 수 없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잘 쉬고 몸 컨디션을 잘 회복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반할 만한 작품 만나서 이른 시일 내에 인사드리고 싶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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