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혁의 OTT 충전소] 티빙 ‘도쿄 바이스’
가까운 미래? 아니 지금 당장? 파란 눈의 외국인이 한겨레신문의 신입 기자 시험을 통과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케이(K)팝이나 한류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우리말을 잘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요즘에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국적, 인종과 상관없이 일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글을 쓰고 취재를 해야 하는 언론의 경우는 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상식과 논술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면접과 인턴 과정도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일단 시험을 통과한다면 흥미로운 일이 많이 생길 것이다. 경찰서를 돌면서 쪽잠을 자야 한다. 데스크에게 기사를 난도질당하고 나면 열 받아서 술을 마실 수도 있다. 만약 그 외국인 기자가 한국인 기자들은 엄두도 못 내던 범죄, 마약 사건을 집요하게 취재해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는 단독기사를 쏟아낸다면? <에이치비오>(HBO)의 드라마 <도쿄 바이스>를 보면, 가까운 미래 한겨레신문에서 펼쳐질 수도 있는 일을 미리 엿볼 수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실화다. 씨제이(CJ)가 투자한 미국 제작사 피프스 시즌이 만들었고 국내에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오티티) 티빙에서 볼 수 있다.
미국인 제이크는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원어민 교사로 도쿄 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검시관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범죄조직이나 강력 사건에 관심이 많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메이초신문의 기자가 된다. 하지만 엄청난 노동강도와 거대한 관료주의 조직에 좌절한다. 자신만의 기사를 쓰고 싶다는 목표는 번번이 좌절된다. 연이어 자살 사건과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이 모든 사건이 야쿠자들이 운영하는 대부업체와 연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누구도 도쿄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선뜻 접근하지 못한다. 제이크는 ‘정보를 얻는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경고에도 진실을 찾아 야쿠자 조직에 접근해 나간다. 제이크는 조직범죄를 고발하는 기사를 끝까지 쓸 수 있을까?
실제 드라마의 주인공인 제이크 아델스타인은 90년대 당시 세계 최대 신문사였던 요미우리신문사의 시험을 통과해서 12년간 기자 생활을 했다. 야쿠자와 조직범죄, 성매매와 마약 등 일본의 어두운 면을 폭로했고, 그때의 경험을 책으로 냈고, 결국 드라마 제작으로 이어졌다.
이런 유의 드라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자칫하면 서양인의 눈으로 본 동양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동방견문록부터 인디아나 존스로 이어지는 ‘백인 남자의 아시아 모험담’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도쿄 바이스>는 믿고 볼 수 있다. <라스트 모히칸> <퍼블릭 애너미> <히트>의 마이클 만 감독이 연출했고, <안녕 헤이즐> <베이비 드라이버>로 요즘 인기가 많은 앤설 엘고트가 제이크 역을 맡았다. <라스트 사무라이> <트랜스포머>의 와타나베 겐과 <퍼시픽 림>의 기쿠치 린코처럼 할리우드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도 출연한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일본 스타 야마시타 토모히사도 나온다. 제이크와 함께 진실을 파헤치는 선배 기자가 재일조선인으로 설정된 것도 시선을 끈다.
제이크는 신문기자이지만 이방인이며 아웃사이더다. 그것은 그의 핸디캡이지만 오히려 경찰과 야쿠자 등의 마음을 더 쉽게 열게 만든다. 이질적인 문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다룬 성장드라마인 동시에 어두운 뒷골목을 다룬 르포드라마다. 거품경제 시절 일본을 디테일하게 담는다. ‘청불’이고 자극적인 장면도 많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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