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시청률을 받아볼 때면 의문이 든다. 과연 이 숫자가 프로그램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방송을 켜놓고 딴짓하는 사람과 본방송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을 똑같이 한 명으로 집계하는 것이 맞을까?
그런데 조금 다른 세상이 열렸다. 방송국이 틀어주는 것을 일방적으로 보는 세상에서, 오티티(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찾아가 골라 보는 세상이 시작된 것이다. 문제는 오티티는 돈을 내고 가입해야 하고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 다시 한번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오티티는 티브이(TV)와 영화관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지금 오티티 세상에서 절대 강자는 연애프로그램들이다. 시청률이나 조회수라는 좁은 틀에는 잡히지 않는 강력한 팬덤이 존재한다. 일반인들의 연애가 연예인들 사생활보다 더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 전까지 방송국에서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오티티에서 연애프로그램들은 왜 많은 사랑을 받는 걸까.
첫째, 연애 얘기는 항상 다음이 궁금하고 최종 결말이 기다려진다. 어제까지 죽도록 사랑하다가 하루 아침에 헤어지는 일은 현실의 연애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요동치는 사랑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드라마보다 극적이다. 로맨틱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막장으로 빠지기도 하고 추리물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해피엔딩이야? 새드엔딩이야?’ 결과가 궁금해 참을 수가 없다. 프로그램이 끝나도 ‘그리고 지금’ 사귀는지 아닌지가 궁금하다. 제작진은 끝날 때까지 스포와 전쟁할 수 밖에 없다.
둘째, 연애프로그램은 시청자가 개입할 여지가 많다. 행복하게 잘 사귀는 커플을 보고도 사람들은 ‘누가 낫다, 아깝다’며 참견한다. 여러명이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하는 연애프로그램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게시판과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수많은 의견이 올라오고 논쟁이 벌어진다. 내가 응원하는 커플이 생기기도 하고 헤어졌으면 하는 커플도 있다. 취향이 다른 만큼 그게 또 다 다르다.
셋째, 젊은 구독자가 많은 오티티 연애프로그램은 공감을 얻기 쉽다. ‘남의 연애’를 보다 보면 결국 ‘나의 연애’가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별로였던 그 사람에게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매달렸을까? 왜 그렇게 예민했을까. ‘그 사람’과 다시 만나고 싶지 않더라도, 사랑하던 ‘그때의 내 모습’은 지금도 그립다. 사랑하는 동안 우리 모두는 ‘각자의 러브 스토리’ 속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주 티빙에서는 <환승연애2> 마지막 단체상영회 모습과 <각자의 본능대로> 시즌2 전편이 공개됐고, 디즈니플러스에서는 요즘 핫한 <핑크라이>의 새 에피소드가 공개되었다. 어쩌다 보니 이 세 프로를 모두 담당하고 있다. 나만의 멀티버스에서는 <환승연애> 출연자와 <핑크라이> 출연자가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각자의 본능대로> 출연자한테 <환승연애> 패널인 가수 뱀뱀이 한마디 하기도 한다. 부디 소중한 출연자분들 모두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11일)은 마침 빼빼로데이다. 상업주의에서 비롯됐지만 사랑을 티 내기엔 적당한 날이다. 편의점이라도 들어갈 용기와 “오다 주웠다”라고 말할 수 있는 뻔뻔함이 필요한 날이다. 그러니 ‘지금 당신을 설레게 한 사람’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를 바란다. 연애프로그램에는 최종회가 있지만, 우리의 러브스토리는 언제나 진행 중이다.
씨제이이엔엠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