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공개되는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 영웅 클래스 1>. 웨이브 제공
친구들이 잡담을 해도 장난을 쳐도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공부만 하는 전교 1등. 체격도 작고 말도 없고 친구도 없는 고등학생이 난데없이 덩치 크고 못된 동급생을 한방에 제압한다면?
동명의 인기 학원액션 만화를 드라마로 옮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 영웅 클래스 1>이 심상치 않다. 16일 오후 극장 시사 형식으로 3부까지 공개한 이 작품이 그동안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오티티뿐 아니라 같은 토종 오티티 티빙에도 밀려왔던 웨이브의 극적 반전을 견인할 ‘수훈갑’으로 등극할지 주목된다.
18일 오전 11시 8부작 전편이 공개되는 이 드라마는 공부가 유일한 친구인 전교 1등 시은(박지훈)과 할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뛰며 고교 졸업장이 목표인 수호(최현욱), 이전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 전학 온 소심한 부잣집 아들 범석(홍경)이 나쁜 동급생, 그리고 그 동급생이 끌어들이는 빌런들과 싸우는 이야기다. 주먹으로 치고받는 전형적인 학원액션물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만화 원작보다 거대한 빌런을 만들어 회를 거듭할수록 더 세지는 악당 무리와 대결하는 방식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여기에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세 친구가 얽히면서 쌓아가는 우정과, 어두운 ‘어른의 세계’와 대결하며 겪게 되는 소년들의 성장담이 액션 장르의 골조에 탄탄하고 탄력 있는 근육을 입힌다.
16일 서울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약한 영웅 클래스 1> 시사회에 참석한 출연 배우들. 왼쪽부터 홍경, 이연, 박지훈, 최현욱. 웨이브 제공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세 젊은 배우의 스타 탄생을 예감케 한다. 시은 역의 박지훈은 아역배우 출신이지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주목받으며 아이돌 가수로 대중에 이름을 알린 엔터테이너다. 격투기를 하는 수호 역의 최현욱은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를 했던 운동선수 출신으로 웹드라마 <리얼:타임:러브> <만찢남녀> 등을 통해 10대들에게 인지도를 쌓다가 드라마 <라켓소년단>(SBS), <스물다섯 스물하나>(tvN)를 통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디피>(D.P.)에서 후임들을 괴롭히는 헌병 류이강을 연기했던 홍경은 연극영화과를 전공하며 전통적인 연기 수업을 받은 연기자다. 이처럼 연기를 시작한 배경도, 연기 스타일도 다른 세 20대 배우가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가 <약한 영웅 클래스 1>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시사회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디피> 연출 이후 이번 작품에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한준희 감독은 “세 배우가 출신도, 발성도, 연기 톤도 모든 게 다름에도 유수민 감독이 그걸 잘 어우러지게 연출했다”면서 “이제 막 시작하는, 도약할 가능성 있는 배우들과 전력을 다해 만들어 더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리즈를 연출한 유수민 감독 역시 단편영화 <4만번의 구타>(2017) 등으로 주목받고 충무로에서 활동해왔지만 장편으로는 이 시리즈가 데뷔작이다. 유 감독은 “박지훈 배우의 얼굴은 보는 사람을 납득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최현욱 배우는 어린데도 유연하고 아이디어가 빛난다. 홍경 배우가 연기를 하면 현장이 굉장히 조용해진다. 카리스마와 힘이 대단하다”며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8일 공개되는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 영웅 클래스 1> 촬영 현장에서 유수민 감독(왼쪽)에게 연기 지도를 받고 있는 주인공 시은 역의 박지훈 배우. 웨이브 제공
연약한 듯 강단 있고, 차갑지만 외로움을 타는 시은 역의 박지훈은 “어려서 (아이돌) 연습생을 시작해 학교 다닐 때 많이 외로움을 느꼈던 점이 시은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며 “액션 연기를 위해 많이 연습했지만 액션 그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감정의 에너지를 최대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길쭉길쭉한 팔다리와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친구들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장하는 수호 역의 최현욱은 “처음으로 액션 연기에 도전해 욕심만큼 걱정도 많았는데 액션스쿨뿐 아니라 현장에서도 허명행 무술감독님에게 잘 배워서 너무나 재밌었고 앞으로도 계속 액션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소감을 말했다.
<약한 영웅 클래스 1>은 청소년 이야기지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유수민 감독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될 만한 것들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면서 “20대나 30·40대면 누구나 경험했던 학교를 배경으로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