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진도준(송중기)은 손자인데 제목은 왜 ‘막내아들’이야?
요즘 화제인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제이티비시∙JTBC)을 보면서 한 번쯤은 갸웃했을 것이다. 진도준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 순양그룹 일가의 비서 윤현우(송중기)가 사망한 뒤 과거로 돌아가 진도준으로 환생해 살고 있다. 진도준은 순양그룹 진양철(이성민) 회장의 ‘맨 끝의 손자’다. 진양철 회장의 막내아들은 진윤기(김영재)로, 진도준의 아빠다.
내용대로라면 이 드라마의 제목에는 ‘아들’이 아니라 ‘손자’가 들어가야 맞다. 제목대로라면 막내아들인 진윤기가 주인공이거나. 이도 저도 아닌데 제목은 왜 ‘막내아들’일까? 드라마가 화제를 모을수록, 제목이 품은 의미를 궁금해하는 질문이 눈에 띈다. 포털사이트에서 묻고 답하기도 한다. “<재벌집 막내아들> 제목 이유-진도준은 손자인데 왜 ‘막내아들’인지 궁금합니다.”
“집안의 가장 막내여서 그런 것 아니냐”, “‘재벌집 막내’에서 끝나기 심심해서 ‘아들’을 붙인 것 같다”는 등 저마다 이유를 댄다. 재미있는 것은 순양그룹이 실제 재벌그룹인 삼성을 모티브 삼았기 때문에 ‘묻지마 추리’도 함께라는 것. “진도준은 알고 보면 현실의 OOO다. 그가 손자가 아닌 막내여서 ‘아들’인 것“에서부터 “진윤기는 드라마에서 눈속임으로 세운 인물이고, 사실상 진도준을 막내아들로 봐도 무방하다. 진도준은 OOO가 아닌 OOO다”라고도 한다. 대체 진도준은 누구야? 왜 막내아들이야?
<한겨레>가 ‘막내아들’ 논쟁을 끝내려고 드라마 제작사에 문의했다. 제작사는 원작 웹소설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했다. 그렇다면 원작의 제목을 두고 제작사가 대표로 답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어렵게 원작을 연재한 네이버웹툰을 통해 이 작품의 출판사로부터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진도준)은 할아버지 기준으로는 ‘손자’가 맞지만, 구성상 재벌집의 모든 남자 중 막내인 남자다. 또 어감상 ‘손자’보다는 ‘아들’이 더 나아서 그렇게(막내아들)로 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번째 어감상 이유가 더 커 보인다. ‘아들’ 대신 ‘손자’를 넣을 경우 정확한 맞춤법은 이렇게 된다. <재벌집 막냇손자>. ‘막냇손자’는 “망내쏜자/망낻쏜자”(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로 발음해야 한다. 그냥 ‘막내손자’로 쓰면 되지 않느냐고? 우리 드라마를 전 세계에서 보는, 정확한 맞춤법은 기본인 시대가 됐다. ‘막내아들’ 궁금증 완료! 그러나! “집필에 매진 중”이라는 얘기를 전해듣고 방해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한번 더 묻고 싶기는 하다. 혹시, 숨겨둔 나만의 이유가 있으실까요… 작가님?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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