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톤(Pantone) ‘올해의 색’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색채 전문 기업 ‘팬톤(Pantone)’이 선정한 올해의 색은 ‘비바 마젠타(Viva Magenta, 18-1750)’다. 2000년부터 매년 12월이 되면 팬톤은 다음 해를 대표할 색을 선정해 발표하는데, 선정된 색은 그해 전세계 디자인, 건축, 인쇄, 광고, 패션, 화장품 등 산업 전반에 활용되곤 한다. 팬톤은 어떤 이유에서 매년 ‘올해의 색’을 선정하는 걸까.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색의 ‘관계’에 주목하다
표준 색상에 대한 정의가 없었던 1962년, 작은 인쇄 회사였던 팬톤은 당시 인쇄기사로 일하던 로렌스 허버트(Laurence Herbert)가 인수하며 새롭게 시작된다. 로렌스 허버트는 같은 색을 보고도 다르게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며 색의 ‘공통어(Universal Languge)’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1년 후인 1963년 그는 잉크에 특정 기호와 번호를 부여하는 ‘팬톤 매칭 시스템(Pantone Matching System)’을 개발했고 산업 전반에 표준 색상을 제시했다. 팬톤의 색상 고유 번호만 안다면 어디서든 같은 색으로 인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팬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1999년부터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색의 ‘관계’에 주목했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색의 언어를 통해 어떻게 표현되고 반영되는지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매년 팬톤 연구소 소속 색 전문가들은 전 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분야의 문화적 현상을 조사하고, ‘미래 시장조사’, ‘빅데이터 분석’, ‘타당성 분석’ 3단계에 걸쳐 해당년도에 알맞은 색을 선정한다.
팬톤의 색 선정 기준은 다름 아닌 ‘시대 정신’으로 요약된다. 2021년 팬톤은 팬데믹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전 세계인들에게 변치 않는 견고함을 보여주는 색인 ‘얼티밋 그레이(Ultimate Gray)’와 희망을 나타내는 색 ‘일루미네이팅(illuminating)’으로 위로를 전했고, 2022년에는 색채 역사 최초로 ‘베리페리(Very Peri)’라는 새로운 색을 발표해 ‘혁신과 변화’의 메세지를 보냈다. 올해는 팬데믹 장기화와 침체된 경제 속 불안해진 시대 상황을 극복할 색으로 역동적인 ‘비바 마젠타’를 선정했다. 팬톤은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균형을 이루는 비바 마젠타는 변칙적인 시기에 알맞는다”며 “용기있고 겁없으며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드는 패기있는 색”이라고 설명했다. 로리 프레스먼(Laurie Pressman) 팬톤 연구소 부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쓴 불확실성을 거쳐 세계가 다시 회복하며 일어서려는 가운데 비바 마젠타는 안심, 신뢰, 연결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팬톤이 선정한 색은 올해도 어김없이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클로에, 샤넬, 로에베, 보테가 베네타 등 패션 업계는 비바 마젠타 색상의 룩을 선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말 LG전자는 대형 생활가전 최초로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MoodUp)’에 비바 마젠타 색을 추가했다. 현대카드, NH농협카드 등 금융 업계에서도 비바 마젠타 색을 입힌 카드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최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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