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달성 현 한국화랑협회 회장. 금산갤러리 대표. 금산갤러리 제공
한국 미술 시장을 움직이는 169개 화랑의 권익단체 수장은 과연 누가 될까. 요즘 국내 화랑가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오는 2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치러지는 한국화랑협회 총회 21대 회장 선거다. 임기 2년에 무보수 명예직인 협회장 자리는 불황의 그늘 짙던 수년 전만 해도 하려는 이들이 없어 중견 화랑주들에게 간청하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지난해부터 협회가 세계적인 서구 아트페어 프리즈와 공동 주최하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의 공동 장터를 개설하면서 국내 시장이 격변의 문턱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의 패권을 놓고 역대 가장 치열한 협회장 선거전이 펼쳐지는 중이다. 애초엔 지난해 프리즈 공동장터 개최 성사, 작품 소장자들의 상속세 미술품물납제 법제화 등의 성과를 낸 황달성(70) 현 회장(금산갤러리 대표)이 연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해 프리즈 키아프 공동장터가 폐막한 뒤 함께 행사를 준비했던 도형태(54) 부회장(갤러리현대 대표)이 협회의 전면 개혁을 명분으로 도전 의사를 드러냈고, 결국 지난해 12월 두 사람이 나란히 후보로 등록한 뒤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경선 세 대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새 화랑협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 갤러리현대 제공
도 대표의 출마가 주목 받은 건 미술 시장에서 갤러리현대가 지닌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이 화랑 창업주 박명자 회장의 장남 도현순씨는 지난 2005년 모친의 후광을 업고 국내 양대 경매업체 중 하나인 케이옥션을 설립해 지금도 대표를 맡고 있다. 차남인 도 대표 또한 2000년대 초반 갤러리 경영을 승계하면서 화랑계 실세로서 보폭을 계속 넓혀왔다. 메이저 화랑 가문이 경매에 이어 화랑 시장도 좌지우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협회 회원들의 경계 심리가 만만치 않게 표출되는 배경이다. 중견화랑들의 지지를 받는 황 회장은 나이 많은 보수 성향 화상이어서 소장 회원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협회와 키아프의 개혁 적임자로는 미흡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두 후보는 키아프의 위상 확대와 협회 개혁에 동감하면서도 다소 차별화한 공약을 내놓았다. 황 후보는 점진적인 협회 개혁과 모든 회원들의 공생을 내세우며 제2화랑미술제 신설, 키아프 참여 화랑 심사의 공정성 강화, 화랑 시장 교란 대책 수립 등을, 도 후보는 협회 구성 혁신과 프리즈에 걸맞은 키아프 장터의 글로벌 수준 격상, 회원 간 공동 작품관리 체계 구축을 통한 경매 누출 차단 등을 약속하며 표심을 호소하는 중이다. 누가 회장이 되든 글로벌 체제로 들어선 한국 시장의 재편과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게 화랑가 분위기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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