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키 호이 콴이 수상 소감을 말하다 울먹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저는 오랫동안 난민캠프에 있었습니다. 보트를 타고 긴 여정을 거쳐 이렇게 큰 무대까지 왔습니다. 이게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면 무엇일까요?”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귀여운 소년이 할리우드에서 산전수전을 겪고 마침내 아카데미 무대에 올라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12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키 호이 콴이다.
그는 어린 시절 스티븐 스필버그의 발탁으로 화려하게 스크린에 진출했지만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1985)과 <구니스>(1986) 두 작품을 찍을 뒤 돌연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아시아계 배우의 출연 기회가 바늘구멍보다 좁은 시절이었고, 베트남계 중국인인 그 역시 기회를 잡기 어려웠던 탓이다. 배우를 포기하고 스턴트맨, 무술연기 지도자, 연출부 등을 전전하며 고생하던 그는 아시아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큰 성공을 거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을 보고 다시 기회가 왔다고 여기며 재기를 모색했다. 그리고 <에브리씽…>으로 주요 시상식 남우조연상을 싹쓸이하면서 아카데미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돼왔다.
키 호이 콴은 이날 수상 소감에서 어린 시절 미국에 오기 전 베트남전쟁의 난민으로 홍콩 난민 캠프에서 살던 기억을 전했다. 그는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내내 눈물을 쏟으며 힘들 때 자신을 지지해준 어머니와 아내에게 감사를 표한 뒤 “저는 제 꿈을 거의 포기했었지만 여러분들은 계속 꿈을 꾸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앞서 그는 시상식 전 자신처럼 긴 공백을 깨고 <더 웨일>로 화려하게 재기한 남우주연상 후보 브렌던 프레이저와 껴안으면서 “우리가 바로 여기에 있어”라며 감격을 나눴다. 두 배우는 1992년 영화 <엔시노 맨>에 함께 출연한 인연이 있다.
12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제이미 리 커티스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여우조연상도 <에브리씽…>의 제이미 리 커티스에게 돌아갔다. 제이미 리 커티스는 젊은 시절부터 할리우드에서 <할로윈> 시리즈 등 수많은 공포영화에 출연하며 ‘비명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오스카와는 인연이 없었다. 64살에 받은 이번 오스카 트로피가 그의 첫 아카데미 수상이다. 인기 배우였던 토니 커티스와 자넷 리의 딸인 그는 “아버지, 어머니도 오스카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엄마, 아빠, 나 오스카 탔어요!”라며 기쁨을 나타냈다.
김은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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