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다시 무대에 설 줄 알았는데 꼬박 3년이 걸렸네요. 기다려온 만큼 멋진 공연 보여드리겠습니다.”
세계적인 논버벌 퍼포먼스 코미디 그룹 옹알스의 멤버 채경선이 지난 27일 밤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밝힌 각오다. 옹알스는 오는 28일부터 5월7일까지 대학로 스튜디오블루에서 다시 무대에 선다. 지난 2019년 11월21일 시작한 공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된 이후 국내외에서 계획하던 무대들도 모두 취소됐다. 당시 대학로 작품 중에서 점유율 1위도 했던 인기 공연이었기에 멤버들의 아쉬움은 컸다. 채경선은 “이제 실내 마스크까지 해제되어 공연하기 좋은 날이 다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2019년 대학로 구성을 그대로 이어간다. 옹알스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사물을 바라본다는 설정으로 다양한 물건을 가지고 저글링, 비트박스, 마술 등의 장기를 선보인다. 때론 묘기에 가까운 기술을 웃음과 접목한다. 채경선을 비롯 조수원, 조준우, 최기섭, 하박, 이경섭, 최진영 멤버 7명 중 회차별로 4~5명이 무대에 선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관람 가능 연령대를 보호자 동반 만 7살에서 만 5살로 낮췄다. 채경선은 “남녀노소 누구나 볼 수 있는 옹알스 공연의 취지를 더 살리고 싶었다. 여전히 답답한 일 많은데 공연 보는 동안이라도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2019년 ‘부산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 공연 모습. 부코페 조직위 제공
하지만 바람과 달리 돌아온 대학로는 여전히 사람이 그립다. 채경선은 “3년 전보다 거리가 북적이는 느낌이 줄었다”고 했다. 그들은 이번 공연을 제작사 없이 직접 추진했다. 멤버들끼리 제작비를 모아 대관부터 스태프 역할까지 다한다. 제대로 홍보할 겨를도 없다 보니 대학로 거리에 그 흔한 공연 포스터 한장 붙어 있지 않다. “아직은 우리가 공연하는 걸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하하하. 그렇지만 입소문의 힘을 믿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의욕이 넘친다”는 채경선의 목소리에 힘이 붙었다.
옹알스는 이번 대학로 공연이 끝나면 다시 국외 활동도 이어간다. 옹알스는 해외 시장 활약으로 국내에 알려졌다. 지난 2007년부터 코로나19 대유행 직전까지 약 12년간 23개국에서 공연했다. 이들은 세계 3대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과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 아시아 최초로 초청받고 참가했다. 이런 공로로 2015년 대한민국대중문화예술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표창)을 받았고, 같은 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했다. 2019년에는 배우 차인표가 이들의 활약상을 다큐멘터리 영화(<옹알스>)로 만들어 개봉하기도 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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