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바운드>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한국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될까?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자. 갈라진 논바닥 같은 한국 영화계에 단비를 내릴 수 있을까? 장항준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리바운드>가 지난해 말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는 한국영화의 재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리바운드>는 2012년 스물다섯살 젊은 코치와 달랑 6명의 선수들이 대한농구협회장기대회 결승까지 진출하며 기적을 일군 부산 중앙고 이야기다. 당시에도 큰 화제를 일으키며 ‘한국의 슬램덩크’라고 소개되던 실화로 ‘왜 지금까지 드라마화가 안됐을까’란 의문이 들 법한 감동 스토리다. 하지만 농구 인기는 90년대 전성기에서 한없이 추락해 장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뒤 중간에 제작이 엎어지기도 했다. 영화는 5년이 넘는 긴 제작 기간 끝에 ‘리바운드’를 거쳐 극장이라는 골대로 들어가게 됐다.
한때 고교농구의 강자였지만 농구 인기가 시들고 부원도 줄어 농구부 존폐위기에 있던 중앙고는 마지못해 공익근무요원 양현(안재홍)을 코치로 영입한다. 고교 시절 엠브이피의 영광도 빛바랜 사실상 백수 양현은 텅 빈 체육관을 채우기 위해 중학교와 길거리 농구 현장을 쫓아다니며 선수를 영입한다. 하지만 지역 대회에서 오합지졸 경기로 몰수패를 당하고 팀은 다시 해체 위기에 놓인다.
영화 <리바운드>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한국에서 흥행 잭폿이 터진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비교가 되지만 사실 두 영화가 가는 길이 다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일전에 집중해 경기 자체의 극적인 순간들에 조명을 비춘다면 <리바운드>는 거친 원석 같던 농구부 단원들이 코치와 함께 능력을 세공하고 경기를 통해 그 빛이 조금씩 발하는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중학교 때 악연을 맺은 기범(이신영)과 규혁(정진운),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순규(김택)와 길거리 농구만 한 강호(정건주), 자신감만 만랩인 진욱(안지호)와 자신감도 없는 재윤(김민) 등 실제 선수들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캐릭터들은 각자 처한 한계를 깨나가면서 좀 더 보편적인 성장담을 그려낸다.
영화 <리바운드>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리바운드>는 캐릭터 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당시의 ‘드라마 같은’ 실제 상황을 재현하는데 집중한다. 영화적인 힘을 빼고 흘러가는 이야기가 다소 전형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최근 주요 개봉작들이 집중력 있게 흘러가는 이야기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리바운드>가 펼치는 이야기의 재미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리바운드>는 절정으로 치달으며 실화가 가진 힘을 제대로 활용한다. 벤치선수 없이 상처투성이 다섯명이 분투하는 결승전과 마지막에 각 선수 최고의 모습이 2012년의 실제 경기사진으로 이어질 때 쏟아지는 눈물을 참기 어렵다. 게다가 이 장면에서 나오는 배경음악은 무려 공연하던 가수마저 울린 한국인의 넘버원 떼창곡, 펀의 ‘위 아 영’. <리바운드>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이처럼 적재적소에 눈물과 웃음을 배치해 한국 상업영화로서는 오랜만에 극장을 나오며 큰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음달 5일 개봉.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