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설 가짜 뉴스가 퍼졌던 현빈-손예진 부부. 소속사 제공
‘[단독] 배우 ○○○ 사망…누리꾼 애도’
지난 2021년 한 배우는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난 사람’이 됐다. 누군가 매체와 기자 이름까지 넣어 만든 ‘가짜뉴스’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것이다. 이 게시물은 기사화됐고, 가족들은 “딸이 죽었다”는 소리에 충격을 받아야 했다. 가짜뉴스를 만든 이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2023년 한국 연예계는 여전히 가짜뉴스에 시달린다. 29일 <한겨레>가 올 들어 지난 28일까지 나온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한 연예인 관련 가짜뉴스는 30여건에 이르렀다. 여기에 유튜브 등에서 돌아다니는 영상을 더하면 대중들은 훨씬 많은 가짜뉴스를 접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가짜뉴스는 대부분 이혼설(9건), 사망설(8건), 결혼설(7건)이었다. 손예진-현빈, 도경완-장윤정, 최수종-하희라 부부 등이 이혼설에 휩싸였고, 송혜교-차은우, 송가인-김호중, 고현정-이영하 등은 예비부부 취급을 받았다. 김영옥, 박근형, 혜은이 등은 사망설로 몸살을 앓았다. 최근 들어 사망설이 빈번한 점이 특히 눈에 띈다. ‘유연석이 경비원을 무시했다’는 글처럼 인성을 고발하거나, ‘박은빈의 국외 영화제 수상’처럼 ‘국뽕’을 자극하는 가짜뉴스의 등장도 달라진 양상이다.
이는 최근의 가짜뉴스가 서사를 만들어 신빙성을 높이는 쪽으로 지능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혼설의 경우 ‘성격 차이’를 벗어나 도박·불륜·폭행처럼 일반화된 이혼 사유를 곁들여 독자를 홀린다. 한 유튜버가 짜낸 김연아-고우림의 이혼 사유는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김연아가 출장 간 사이 고우림이 여자를 집에 데려왔고, 그 여자가 김연아의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에스엔에스(SNS)에 올렸다가 둘의 외도가 발각되고, 김연아는 임신 2주차이지만 이혼을 결심”했다는 식이다. 연애설은 주로 목격자를 등장시켜 자세하게 풀어낸다. 송혜교와 이도현이 사랑에 빠졌고, 같이 식사를 했다는 가짜뉴스는 “송혜교가 겉옷 재킷을 벗은 뒤 이도현한테 살짝 기대어 사케를 마셨다. 이도현의 머리를 쓰다듬고 애칭을 불렀다”라는 식으로 묘사한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연예인을 향한 모함이 이렇게까지 뻔뻔하지는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파급력도 영향을 줬겠지만, 유튜브로 뉴스를 소비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낸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 한국’을 보면, 한국에서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44%로, 세계 46개국 평균 30%보다 도드라지게 높다. 유튜브 뉴스 이용률은 2016년 16%에서 2022년 44%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사망설이 돌았던 혜은이. <한국방송2> 화면 갈무리
가짜뉴스가 점점 ‘매운맛’으로 강도를 높이는 것은 유튜버들의 수익과 관련이 있다. 유튜버들은 조회수가 수익으로 이어지기에 더욱 자극적인 이야기로 눈길을 끌어야 한다. 가짜뉴스는 이런 유튜버들의 속셈과 맞아떨어진다. 유튜브로 수익을 창출하려면 채널 구독자 수가 1천명 이상, 12개월간 동영상 시청 시간이 4천시간 이상 충족돼야 한다. 실제로 현빈과 손예진 이혼 관련 영상은 공개 6일 만에 조회수 3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이찬원, 임영웅, 영탁, 송가인, 김호중 등 트로트 가수들의 결혼 관련 가짜뉴스가 한두달 사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한 것은 트로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당시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예인 소속사들은 적극적인 대처로 돌아서는 추세다. 가짜뉴스에 선처는 없다며 강경 대응하는 곳이 늘고 있다. 유연석 소속사인 ‘킹콩바이스타쉽’은 ‘배우 유연석의 인성 관련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쓴 누리꾼을 형사 고소했다. 킹콩바이스타쉽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냈어도 이미 그 글은 너무 많은 사람이 읽었다. 그중에는 여전히 글 내용을 ‘진실’이라 믿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 당사자가 직접 나서기도 한다. 지난해 한 유튜버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박수홍의 아내는 가짜뉴스를 ‘박멸’하겠다며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은 이미지를 먹고 산다는 점에서 가짜뉴스에 치명타를 입는다. 최근에는 연예인 인성이 중요해진 분위기여서 소속사에서 더욱 강경하게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