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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찍어낸다고? 누구도 말한 적 없는 ‘진짜 케이팝’ 이야기

등록 2023-04-11 07:00수정 2023-04-11 10:31

[인터뷰] 티빙 다큐 ‘케이팝 제너레이션’ 제작진
티빙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 장면. 티빙 제공
티빙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 장면. 티빙 제공

케이(K)팝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핫’하다. 넷플릭스는 2020년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를 공개했고, 디즈니플러스도 지난해부터 방탄소년단(BTS) 콘텐츠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 팬덤이 탄탄한 스타 중심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와 달리 케이팝 산업 자체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본 다큐가 최근 공개돼 눈길을 끈다. 지난 6일 티빙에 마지막 8편이 공개된 다큐 <케이팝 제너레이션>이다. 부제처럼 ‘누구도 말한 적 없는 진짜 케이팝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취지다.

“다른 케이팝 다큐도 나름의 의미와 성취가 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케이팝은 음악과 산업, 아티스트와 팬이 연결돼 있거든요. 이를 360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지난 3일 서울 성수동 작업실에서 만난 차우진 평론가가 말했다. 그는 이번 다큐에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기존 다큐는 케이팝이 해외에서 얼마나 사랑받는지를 통시적, 아티스트 중심으로 다룬 것들이 많아요. 서태지와 아이들, 에이치오티(H.O.T.)부터 시작해 서양인들이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장면으로 마무리하는 식이죠. 거기서 벗어나 보자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임홍재 책임 프로듀서의 설명이다. 요리 경연대회 프로그램 <마스터셰프 코리아>, 웹드라마 <로봇이 아닙니다>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든 임 피디는 다큐 제작사를 차리고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티빙 다큐멘터리 &lt;케이팝 제너레이션&gt;을 만든 차우진(왼쪽)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와 임홍재 책임 프로듀서. 서정민 기자
티빙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을 만든 차우진(왼쪽)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와 임홍재 책임 프로듀서. 서정민 기자

지난 1월26일 처음 공개된 1편의 제목은 ‘덕질’. 케이팝 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맨 앞에 내세운 것이다. 차 평론가는 “케이팝 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지만 가장 소홀히 다뤄진 것이 팬덤”이라며 “‘빠순이’라는 멸칭이 상징하는 오랜 편견을 없애고 다양한 팬들의 얘기를 가감 없이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 피디는 팬들을 섭외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컸어요. 출연을 결심해도 얼굴을 가릴 것과 익명을 요구했죠. ‘방송에 어떻게 얼굴을 가리고 내보내지?’ 고민하다 이 또한 케이팝 팬덤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걸 이해하게 됐어요. 팬의 정체성은 ‘부캐’와 같다는 걸요. 그걸 지켜주니 팬들도 더 편하게 속 깊은 얘기를 해주더군요.”

무대 뒤에서 묵묵히 떠받치는 크리에이터들을 조명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2편은 케이팝을 만드는 사람들, 7편은 케이팝의 핵심인 퍼포먼스를 다뤘다. 프로듀서, 안무가, 뮤직비디오 감독, 스타일리스트 등의 치열한 고민과 분투를 담았다. 마마무 화사의 스타일링을 맡은 김보나 실장은 자신의 출연 장면을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며 “아직도 해도 해도 어렵기만 한 나의 일을 숱하게 밤을 새우고 고민을 하고 지치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들을 생각해보게 된 인터뷰. 우리 말고도 여러 분야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고, 책임감을 느끼게 된 프로그램”이라고 썼다. 임 피디는 “케이팝을 두고 공장처럼 찍어낸다고 손쉽게 비판하곤 하지만, 만나 보니 제작진 모두가 깊은 고민과 다양한 실험을 하며 노력하더라”고 전했다.

티빙 다큐멘터리 &lt;케이팝 제너레이션&gt; 포스터. 티빙 제공
티빙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 포스터. 티빙 제공

강타, 보아, 선미, 엑소 수호, 엔시티(NCT) 도영,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아이브 등 1~4세대 케이팝 가수들도 대거 출연해 진솔한 얘기를 들려준다. 임 피디는 “아티스트 또한 시키는 대로 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라며 “선미 같은 베테랑부터 신인까지 다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최근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를 놓고 하이브과 카카오가 인수전을 벌인 끝에 카카오와 에스엠이 손잡게 됐다. 차 평론가는 이를 어떻게 볼까? “에스엠과 하이브는 같은 케이팝 회사가 아닙니다. 하이브는 레이블을 여러개 둔 투자사에 가까운 그룹이고, 에스엠은 레이블이죠. 하이브는 유니버설, 소니, 워너 같은 글로벌 음반사 모델로 갈 겁니다. 에스엠도 이제 그렇게 가겠다는 게 ‘에스엠 3.0’이죠. 앞으로 엄청난 변화가 올 겁니다. 하이브가 미국 레이블을 인수·운영하고, 에스엠도 미국·라틴 레이블 인수를 추진할 겁니다. 에스엠을 거느린 카카오엔터가 미국에 상장할 수도 있어요.”

티빙 다큐멘터리 &lt;케이팝 제너레이션&gt; 장면. 티빙 제공
티빙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 장면. 티빙 제공

그렇다면 케이팝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다큐는 마지막 8편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통해 케이팝의 내일을 그려본다. 새로운 세대의 케이팝에 대한 생각부터 메타버스·가상인간 등 새로운 기술을 통한 아이피(IP·지식재산권) 확장, 환경 문제를 비롯해 케이팝의 정치사회학까지 아우른다. 케이팝 팬들이 환경 보호를 위해 과도한 플라스틱 음반 소비 문제를 고민하고 나무 심기를 하는 모습, 2016년 이화여대 학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2020년 타이 민주화 시위에서 청년들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춤추는 장면은 케이팝이 하나의 생활 양식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차 평론가는 “케이팝은 다음 세대의 문화라고 본다”며 “고로 케이팝의 미래는 다음 세대에 달려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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