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사표가 수리돼 중도사퇴하게 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지난해 7월 서울관 정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할 당시 모습이다. 노형석 기자
“시절이 바뀐 지금 내 소임도 이미 끝난듯해 떠납니다. 할 말은 많지만 참겠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윤범모(72)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17일 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임기 중 스스로 물러난다면서 남긴 ‘퇴임의 변’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도 윤 관장이 지난주 박보균 장관에게 일신상 이유로 사직서를 냈으며, 이날 수리돼 조만간 인사혁신처 주관으로 새 관장 공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미술관 쪽은 이와 관련해 18일 윤 관장이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마지막으로 출근해 학예실 등의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나눌 예정이라고 전했다. 관장 임기는 2025년 2월까지로 1년10개월 가량 남은 상황이었다.
윤 관장은 한국 근대미술사 연구의 권위자로 꼽힌다. 2019년 2월 20대 관장에 취임해 3년 임기를 마쳤으며 지난해 2월 공모를 거쳐 21대 관장에 재임명됐다. 지난 2021~2022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근현대미술품 컬렉션 1488점의 기증 과정과 관련 전시들의 준비를 총괄했고, 지난해 9월엔 과천관에 설치된 거장 백남준의 대작 <다다익선>을 재가동시키는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그러나 전임 정부에서 임명한 진보미술 진영 인사란 점 등이 빌미가 돼 지난해 10~11월에는 여당 의원 요구로 집중감사를 받는 등 사실상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