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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진짜 지켜줄게…드라마, ‘좋은 어른’을 말하다

등록 2023-04-26 08:00수정 2023-04-26 21:09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 교사·소대장 아이들 보호
원작과 달라…제작진 “좋은 어른 보여주려”
‘더 글로리’ ‘트롤리’ 등
나쁜 어른들 사이 좋은 어른 두고 중요성 보여줘
드라마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 원작과 달리 아이들을 지켜주는 좋은 어른으로 나오는 교사와 소대장. 티빙 제공
드라마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 원작과 달리 아이들을 지켜주는 좋은 어른으로 나오는 교사와 소대장. 티빙 제공
괴물체와의 전쟁에 내몰린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약속했다. “시키는 대로 하면 아무 일 없을 거”라고. 그러나 위험한 순간이 닥치자 지휘관은 아이들을 두고 사라졌다. 친구들은 죽어 나갔고, 살아남은 아이들은 울부짖었다. “기다리랬으면서. 그래서 기다렸는데. 시키는 대로 했는데.” 아이들은 이젠 우리가 너희를 지켜주겠다는 다른 어른들의 말도 믿지 못한다. “그래놓고 또 도망갈 거면서. 너희 어른들 때문에 내 친구들이 다 죽었어.”

지난 3월31일 파트1, 4월21일 파트2를 내보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오리지널 10부작 드라마 <방과 후 전쟁활동>의 한 장면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드라마는 어른다운 어른이 없는 현실의 민낯을 비춰왔다. 특히 학생들 이야기가 중심인 작품에서 아이들을 경쟁에 내몰고 상처를 후벼 파는 건 늘 교사와 부모였다. <더 글로리>(넷플릭스)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의 금이 간 영혼을 파괴한 건 ‘엄마’였다. <지금 우리 학교는>(넷플릭스)에서 좀비의 시작은 왕따당한 아이였고, 결국 이를 묵인한 어른의 잘못이었다. 사교육 시장에서 이성을 잃은 어른들 얘기는 <스카이 캐슬>(JTBC)에서 정점을 찍고도 <일타 스캔들>(tvN)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른들에게 희생당하는, 경쟁 사회에 내몰린 아이들의 이야기가 표현이 자유로운 오티티 플랫폼에서 더욱 파격적으로 그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방과 후 전쟁활동’ 소대장이 아이들에게 하는 사과는 세상 모든 어른들을 대신한다. 티빙 제공
‘방과 후 전쟁활동’ 소대장이 아이들에게 하는 사과는 세상 모든 어른들을 대신한다. 티빙 제공
최근엔 조금 다른 움직임이 감지된다. ‘좋은 어른’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나쁜 어른들 무리 속에 좋은 어른을 세워두고 “저도 선생님처럼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게요”(<더 글로리>)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트롤리>(SBS)에서 정치인 남편의 성폭력 사실을 아내가 폭로한 이유는 “아이가 자신에게 진실해지는 법을 배우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방과 후 전쟁활동>은 제작진이 ‘대놓고’ 좋은 어른을 보여줬다. 3학년2반 담임 선생님은 원작 웹툰과 달리 아이들을 떠나지 않고 곁에서 보호하려고 노력한다. 친구의 죽음을 지켜본 아이들을 안아주고 괴물체가 등장하자 “얘들아 도망쳐”라고 소리친 뒤 자신이 먼저 총을 들고 맞선다. 사실상 파트1의 주인공인 소대장 이춘호는 징계를 감수하고 아이들을 구하려고 나선다. “애들은 분명 살아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소대장은 원작에서도 나쁜 어른은 아니지만 비중이 적고, 희생하는 장면은 없다. 아이들을 살리려고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장면에서 소대장의 대사는 세상 모든 어른들을 대신한다. “미안하다. 끝까지 지켜준다는 약속 지키지 못해서. 그리고 어른으로서 이런 전쟁에 끌어들여서.”

이 드라마에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이남규 작가는 “저는 담임 선생님도 일반 어른처럼 아이들을 버리고 비겁하게 도망가는 캐릭터로 만들자고 이야기했다. 감독님이 아이들을 걱정해주는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게 선생님과 소대장과 병장이었다”고 말했다.

‘더 글로리’ 문동은한테도 좋은 어른은 있었다. 좋은 어른 덕에 문동은은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 문동은한테도 좋은 어른은 있었다. 좋은 어른 덕에 문동은은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넷플릭스 제공
어른다운 어른의 부재 속에, 좋은 어른이 필요하다는 사회 전반의 바람이 드라마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재난을 다룬 작품은 늘 사회의 축소판으로 소구되는데, 그런 와중에도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는 윤리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극한의 상황에서 안 되는 것만 얘기하다가 이젠 되는 것을 보고 싶은 바람 등이 변화를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덩달아 ‘나는 좋은 어른인가’에 고민이 깊어지면서 방법을 찾는 움직임도 극중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재난 드라마에서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어른은 대부분 부모였다면,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는 제3자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좋은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춘호를 연기한 배우 신현수는 “소대장 이춘호도 어른과 청년 사이의 불완전한 존재다. 이 친구가 왜 이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할까 등 다방면으로 고민했다. 좋은 어른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른이어서 아이들을 지킨다기보다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함께하고 공감하는 것에 포인트를 맞췄다”고 말했다.

좋은 어른을 만난 덕분에 아이들도 성장한다.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은 집주인 할머니 도움으로 살 힘을 얻었고, “나에게도 좋은 어른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방과 후 전쟁활동 >에서 아이들은 ‘내 ’가 아닌 ‘남 ’을 생각할 줄 알게 된다 . 대피소가 괴물체의 공격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누군가의 부모일 수 있다 ”며 그들을 구하려고 위험 속에 뛰어든다 .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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