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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장기하·잔나비가 입증했죠…‘KBS 심야 음악방송’의 필요성

등록 2023-05-11 08:00수정 2023-05-11 08:28

1992년 ‘노영심’부터 최근 ‘더 시즌즈’까지
30년 역사…최정훈 진행 ‘밤의 공원’ 14일부터
지난 9일 ‘밤의 공원’ 첫 녹화에서 장기하, 김창완, 최정훈이 한 무대에 오른 드문 그림이 펼쳐졌다. 한국방송 제공
지난 9일 ‘밤의 공원’ 첫 녹화에서 장기하, 김창완, 최정훈이 한 무대에 오른 드문 그림이 펼쳐졌다. 한국방송 제공

“잔나비 음악의 뿌리”라는 산울림 김창완과 잔나비 보컬 최정훈 그리고 장기하가 서로의 음악에 대해 얘기하고, 장기하는 최정훈과 함께 자신의 곡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열창한다. “이 순간이 꿈만 같다”는 최정훈의 말처럼 다시 보기 힘든 그림이다.

지난 9일 저녁 7시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신관 공개홀 <더 시즌즈-최정훈의 밤의 공원>(14일부터 일 밤 10시55분) 첫 녹화 현장은 지상파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자리였다. <밤의 공원>은 지난달 23일 끝난 <박재범의 드라이브>에 이은 <더 시즌즈> 두번째 이야기. <유희열의 스케치북> 후속으로 지난 2월 시작한 <더 시즌즈>는 1년에 네번 진행자와 색깔을 바꿔 선보인다.

이창수 피디는 “그동안 (음악 프로그램이) 보편성에 초점을 뒀다면, <더 시즌즈>는 개별성에 더욱 중점을 뒀다. 진행자에 맞춰서 새로운 느낌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앞서 사회를 본 래퍼 박재범은 출연 가수가 노래할 때 무대에 올라 흥을 돋우는 등 자유분방한 진행으로 기존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선입견을 깼다.

장기하는 최정훈과 함께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불렀다. 한국방송 제공
장기하는 최정훈과 함께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불렀다. 한국방송 제공

<밤의 공원>은 음악에 집중한다. 첫 녹화 현장에서 좋은 곡을 듣길 원하는 이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줬다. 주로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던 잔나비의 음악이 나오고, 장기하는 “내 곡을 누구와 함께 부르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김창완은 드라마 출연 배우들과 부르려고 만든 곡을 이날 들려줬다. 최정훈은 “음악과 노래에 조금 더 집중해서 진행할 것이다. 한국 음악의 뿌리, 줄기, 가지까지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더 시즌즈>는 1992년부터 시작한 <한국방송>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1992~1994) <이문세 쇼>(1995~1996) <이소라의 프로포즈>(1996~2002) <윤도현의 러브레터>(2002~2008) <이하나의 페퍼민트>(2008~2009) <유희열의 스케치북>(2009~2022)까지 이어졌는데, 13년 동안 진행한 유희열이 ‘표절 논란’으로 물러난 뒤 7개월 동안 맥이 끊긴 상태였다. ‘선배 사회자’들도 쟁쟁해 후임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더 시즌즈>라는 새로운 포맷은 영리한 변화였던 셈이다.

다만 기존 프로그램과 색깔이 너무 달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이창수 피디는 “티브이(TV)는 물론 웹에서도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흐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했다. 우리나라에 정말 많은 뮤지션들이 있는데, 그 분들을 새롭게 깨워서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30년간 방송한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들. 한국방송 제공, 유튜브 갈무리.
지난 30년간 방송한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들. 한국방송 제공, 유튜브 갈무리.

심야 음악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높지 않다. <스케치북>은 1~2%대까지 떨어졌고 <드라이브>도 그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좋은 가수를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지상파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존재 의미를 찾기도 한다. 잔나비는 2017년 2월 <스케치북>에 출연했고, 장기하도 2008년 11월 <페퍼민트>에서 ‘싸구려 커피’를 부르며 데뷔했다. 이런 무대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아는 최정훈은 “<스케치북>이 끝난 뒤 주변의 많은 뮤지션들이 이제 음악을 발표하며 설 무대가 없어진 것 같다고 고민했다. 더 좋은 뮤지션과 곡을 소개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해 진행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더 시즌즈’ 두번째 진행자 잔나비 최정훈. 한국방송 제공
‘더 시즌즈’ 두번째 진행자 잔나비 최정훈. 한국방송 제공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30년간 이어온 힘은 “이 시대에 팔리는 음악이 아니라 이 시대에 필요한 음악을 소개하려는 노력”이다. <밤의 공원>도 유행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송> 음악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맡아온 강승원 음악감독은 “음악도 변하고 세상도 변했지만 각자 마음속에 나만의 음악을 갖고 있지 않나. <더 시즌즈>가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좋은 음악이 거기 있구나,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프로그램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창수 피디는 “쇼트폼 안에서 짧게 편집한 음악을 보여줘야 인기가 많아지는 시대지만, 그래서 내 음악에 대해 진지하고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심야 음악 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형 피디는 “음악을 취향대로 듣기도 하지만, 1주일에 한번쯤은 프로그램에서 좋은 곡을 소개받고 찾아 듣게 하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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