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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어린이에겐 ‘다인종 인어공주’가 기본값…다만 ‘가오갤3’만 못 하네

등록 2023-05-23 07:00수정 2023-05-23 10:32

영화 <인어공주>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인어공주>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전세계 문화계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인 ‘피시’(PC, 정치적 올바름)’ 논쟁을 촉발시킨 <인어공주>(롭 마샬 감독) 실사판이 베일을 벗었다. 흑인인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주인공 ‘에리얼’ 역으로 캐스팅된 뒤 원작 팬들의 비난에 시달렸던 이 영화는 24일 국내 개봉한다.

2019년 7월 <인어공주> 실사판 주인공이 발표되자 시작된 비난은 지난해 10월 예고편이 공개되자 폭발했다. ‘어린 시절 봤던 원작 애니메이션와 주인공과 다르다’, ‘디즈니가 정치적 올바름에 함몰돼 원작을 훼손했다’는 등의 이유였고 수십만개의 댓글에는 ‘나의 에리얼이 아냐(#NotMyAerial)’라는 해시태그가 붙었다.

하지만 디즈니가 흔들리거나 적당히 타협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어공주>는 뚜렷하게 보여준다. 영화가 시작되면 트라이톤 왕(하비에르 바르뎀)의 소집에 모인 7대륙 공주들은 인종적 다양성을 보여준다. 단순히 흑백과 아시아계가 아니라 라틴, 아랍 등 다양한 인종적 특성을 안배했다. 또 백인 배우 조나 하워 킹이 연기하는 에릭 왕자의 엄마로 1989년 원작 애니메이션에는 없었던 셀리나 여왕이 등장하는데 흑인 배우 노마 드메즈웨니가 연기한다. 노마 드메즈웨니는 2016년 영국 웨스트엔드 연극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에서 헤르미온느를 연기하면서 ‘헤르미온느는 흑인이 아니다’라는 캐스팅 비난을 뛰어난 연기로 잠재웠던 배우다.

영화에서 셀리나 여왕과 에릭 왕자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님을 명확히 한다. 또 군중신 단역들까지 다양한 인종들이 등장할 뿐 아니라 스커틀의 이콰피나를 비롯해 세바스천(다비드 디그스), 플라운더(제이콥 트램블레이) 등 동물 실사의 목소리 연기도 인종비를 맞췄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사랑받은 삽입곡들은 주연배우들의 목소리에 더 화려해진 사운드를 덧입혀 부활시키면서도 시대에 뒤떨어진 구절들은 업데이트됐다.

영화 &lt;인어공주&gt;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인어공주>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말하자면 <인어공주>는 익숙한 것들, 정확히 말하면 관성처럼 받아들여져온 낡은 것들과의 결별이다. 인종 전시장처럼 보이는 화면이, 원작 애니메이션의 추억을 가진 40대 이상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로 <인어공주>의 첫 추억을 새기는 세대에게는, 앞으로의 디즈니 세계에서는 이 모습이 기본값이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든 관객에게도 어색함은 잠시일 뿐 정신을 쏙 빼놓는 음악과 화려한 바닷 속 풍경의 조합이 아찔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인종적으로 기울어졌던 캐릭터들의 기본값을 새로고침했다는 의미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아쉬움 또한 남는다. 에리얼이 왕자에 대한 사랑 때문에 목숨을 걸고 육지로 간다는 원작의 설정을 실사판 영화에서는 자유와 호기심에 대한 명분으로 확장시켰다. 하지만 명분은 그저 명분일뿐 육지로 나와 에릭 왕자만 바라보는 모습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왕자와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장면에서 좀 더 주도권을 쥐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식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면 극적 재미와 완성도가 더 높아졌을 것이다.

영화 &lt;인어공주&gt;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인어공주>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가오갤3)이나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담고 있는 보이지 않는 듯 보이는 ‘정치적 올바름’과 비교된다. <가오갤3>은 동물실험의 희생자인 로켓의 전사를 그린다. 같은 실험대상이었던 동물들은 다리 대신 바퀴가 있거나 로봇 손이 달린 기괴한 모습이다. 혐오의 대상이 되곤 하는 소수자의 끈끈한 우정과 서로를 북돋는 용기, 버려진 아이들과 동물들을 구하는 결말까지 <가오갤3>는 약자들의 투쟁과 승리를 능수능란한 스토리 속에 담았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에서는 게임 속에서 “구해줘! 마리오!”를 외치던 피치 공주가 게임 속 핑크드레스와 같은 외양으로 등장하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마리오를 조련하고 성장시키는 ‘구루’ 역할을 한다. 익숙한 ‘이야기’의 전복이라는 면에서 <인어공주>의 스토리는 이 두 작품의 정교한 시도에는 미치지 못한다. <피터팬>의 팅커벨과 <백설공주>의 백설공주 등 다른 실사판 영화들에서도 백인 아닌 배우를 캐스팅해 제작 중인 디즈니가 더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한국어 더빙판에서는 뉴진스의 다니엘이 ‘에리얼’ 공주를 연기하고 주제가도 부른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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