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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마주치지 않고 같이 사는 남녀의 깔끔 로맨스

등록 2023-05-27 12:00수정 2023-05-27 15:16

[박상혁의 OTT 충전소] 영국드라마 ‘셰어 하우스’
티빙 제공
티빙 제공

오래전 후배 피디가 낸 기획서 중에 꽤 ‘신박’한 게 있었다. 근무시간이 다른 남녀가 서로 마주치지 않고 집을 12시간씩 공유하는 내용이다. 얼굴은 모르지만, 상대의 물건으로 취향을 파악하고, 음식을 만들어 두거나, 메시지를 남기며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일주일 뒤 상대와의 만남을 선택하는 연애 프로그램이었다. 뭔가 두근하면서 새로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비슷한 내용의 드라마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비비시>(BBC)에서 방영한 영국 드라마 <셰어 하우스>다.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볼 수 있다.

간호사 ‘리언’은 형이 살인사건 누명으로 수감되자 돈이 필요해져 야간과 주말 근무를 신청한다. 더 많은 돈을 마련하려고 근무시간 밤 동안 빈 집에 룸메이트를 구한다. 남자친구와 헤어져 당장 집이 필요한 인터넷 뉴스 기자 티파니가 들어온다. 리언의 집은 방 한 칸의 작은 임대 아파트. 둘은 오전과 밤 8시를 기준으로 12시간씩 집을 공유한다. 규칙은 확실하다. 첫째, 절대 마주치지 않는다. 둘째, 전할 말은 포스트잇(접착식 메모지)에 남긴다. 셋째, 주말은 티파니가 집을 사용한다. 그러나 로맨틱코미디에서 규칙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외출을 앞두고 마음에 드는 옷이 없을 때 옷장에 걸린 남자 남방이 왠지 ‘힙’해 보인다. 나의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했으면 그의 아마존 프라임 계정도 공유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화장실 휴지는 싼 걸 쓰면서 우유는 비싼 걸 마시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침대 커버와 베개 커버도 12시간마다 바꿔야 한다. 상대방이 나의 우렁각시가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닥쳐보니 서로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거기다가 리언의 여자친구는 낯선 여자가 사는 남자친구 집을 수시로 급습한다. 재임대한 것을 집주인에게 들켜서도 안 된다. 티파니가 데이팅 앱에서 만난 남자들은 더 큰 실망만 안겨주고 리언은 힘들게 번 돈을 코인 투자로 날린다. 되는 게 없는 두 남녀는 포스트잇이라는 아날로그적 통신 수단으로 서로에게 위안을 얻고 시청자들은 둘을 보며 연애 세포를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 규칙은 무슨! 다 정리하고 당장 둘이 만나라고!

작가 베스 올리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로맨틱코미디에서 주인공의 직업은 대부분 성격을 상징한다. 간호사 남자와 기자 여자는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서 두 사람을 응원하게 한다. 주변 인물들도 매력적이다. 보통 이런 동거형(?) 드라마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며 어쩔 수 없이 동거하게 되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이 드라마는 티파니가 낯선 집 거실에서 울고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구구절절 설명 없는 깔끔한 시작이 신선하다. 45분 정도의 6부작이라 이번 연휴에 몰아보기 딱 좋다.

영국 드라마는 탐정이나 경찰이 살인사건을 추적하거나, 정치인들의 음모와 배신이 나와야지 비비시가 만든 로맨틱코미디라니! 이 무슨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어울리지 않는 소리냐’며 기대하지 않을 이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늘 상상했던 맛은 아니었던 영국 음식도 잘 찾으면 한 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집은 있는 법이다. 속는 셈 치고 한 번 도전해 보시길.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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