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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도 안방 배송 실패한 한국SF…갈 길 멀었다

등록 2023-05-29 08:00수정 2023-05-29 22:11

‘택배기사’ 1·2위서 시작해 내리막
‘정이’ ‘고요의 바다’ ‘승리호’ 닮은꼴
<택배기사>. 넷플릭스 제공
<택배기사>. 넷플릭스 제공

지난 12일 공개된 뒤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넷플릭스 드라마 <택배기사>(조의석 감독)가 기대보다 못한 성적을 내면서 ‘역시 한국 에스에프(SF) 영화는 안 되나’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개 직후 전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 티브이 시리즈 2위에 진입했던 <택배기사>는 한주 만에 8위로 내려왔다. 넷플릭스가 주간 단위 시청시간을 자체 집계하는 ‘넷플릭스 톱텐’ 사이트 비영어 티브이 시리즈에서는 첫 주에 이어 둘째 주에도 3511만시간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새로 2위에 진입한 <뮤트>보다 1만시간 높은 턱걸이라 다음주 하락 가능성이 높다.

<택배기사>처럼 넷플릭스 공개 직후 많은 관심을 받으며 높은 순위에 진입했다가 빠르게 하락하는 건 에스에프 장르에서 반복되는 패턴이 되고 있다. 지난 1월20일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영화 <정이>가 그랬고, 2021년 12월 공개된 정우성 제작 드라마 <고요의 바다>도 유사했으며, 2021년 2월 공개된 송중기·김태리 주연의 영화 <승리호>도 1위로 진입해 빠르게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로튼 토마토, 아이엠디비(IMDB) 등의 평가 및 정보 사이트에서도 전문가와 시청자들의 리뷰가 늘어날수록 점수는 점점 떨어졌다.

&lt;정이&gt;. 넷플릭스 제공
<정이>. 넷플릭스 제공

에스에프는 1990년대 이후 빠르게 성장한 한국 영화 시장에서도 오랫동안 불모지로 여겨지던 장르였다. 하지만 다른 장르에 비해 돈이 많이 드는 장르 특성을 감당할 만큼 시장이 커지고 기술력도 향상하면서 에스에프 장르에 대한 도전도 늘어났다. 무엇보다 <스타워즈> <스타트렉> 시리즈 같은 할리우드 에스에프 대작과 <공각기동대> <에반게리온> 같은 일본 에스에프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감독들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정이>를 만든 연상호 감독은 올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공각기동대> <블레이드 러너> 등 연 감독이 좋아하는 사이버펑크 영화들에 영향받았음을 밝히며 “기계를 만드는 거대한 공장 같은 사이버펑크적 요소로 가득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택배기사>의 조의석 감독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감상평에는 <매드 맥스> 시리즈나 <헝거게임> <이퀼리브리엄> 등 여러 할리우드 작품이 떠오른다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작품의 완성도가 이처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상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도훈 영화평론가는 “오리지널리티의 부재”를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지금 한국의 에스에프 영화, 드라마는 감독들이 어릴 때 봤던 영화들을 레퍼런스로 가져와서 조합한 할리우드 영화 짝퉁처럼 보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평가하면서 “케이팝도 해외 팝 음악의 장점을 끌어왔지만 우리 식대로 조합해 우리 걸 만들어냈는데 영화는 이걸 음악처럼 오리지널리티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여전히 조합하는 데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극장뿐 아니라 오티티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에스에프 장르물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이 정도면 잘했다는 칭찬을 기대하는 ‘한국형 에스에프’는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lt;승리호&gt;. 넷플릭스 제공
<승리호>. 넷플릭스 제공

물론 넷플릭스나 극장가에서 꼭 완성도 빼어난 수작들만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역대 넷플릭스 인기 영화 최고 순위에 오른 <레드 노티스>나 높은 순위를 기록한 <그레이 맨> <아담 프로젝트> 같은 작품도 그리 높은 평점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전문가 평점은 낮더라도 시청자 평점은 나쁘지 않다. 새롭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긴장감과 재미를 유지한다는 말이다. 한국 에스에프 영화, 드라마가 높은 순위로 진입해 유독 빠른 하강 속도를 보이는 건 <오징어 게임> 이후 할리우드 수준으로 높아진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에스에프 작품 완성도 간의 괴리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에스에프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세계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고정 팬도 두터운 장르다.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8월2일 개봉하는 <더 문>은 <신과 함께> 1, 2편으로 쌍천만 관객 동원을 기록한 김용화 감독의 첫 본격 에스에프 장르 영화다. 김용화 감독이 설립한 시각특수효과(VFX) 기업 덱스터스튜디오의 제작 작품으로 에스에프적 디테일에서 극사실적 정교함을 보여준다는 목표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lt;고요의 바다&gt;. 넷플릭스 제공
<고요의 바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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